대기업까지 돈 가뭄…금융권,7-8개 그룹외엔 대출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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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기업들의 잇따른 도산과 추가도산설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돈은 있으나 기업을 믿지못해 대출을 꺼리는 '신용 위기'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삼성.현대.LG.대우.선경등 5대그룹과 한진.롯데.동국제강등 덩치가 크거나 재무구조가 좋은 7~8개 그룹은 그런대로 자금 조달이 수월한 상태다.

그러나 10위권 이하의 대부분 그룹들은 신규 어음할인.회사채 발행등이 사실상 어려워 극심한 돈가뭄에 허덕이는 이른바 자금시장의 '부익부 (富益富) 빈익빈 (貧益貧) 현상' 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자금시장은 '중소기업은 돈 빌리기가 어렵지만 대기업은 쉬운' 구조를 보였으나 올들어 대기업중에서도 5대그룹과 기타그룹등으로 나뉘는 '자금시장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같은 그룹안에서도 계열사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태도가 달라지는등 극심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마다 ▶회사채등 장기자금의 보증기피 ▶만기전 대출금 회수 ▶대출기간및 금액 단축 ▶추가담보 요구등에 나서며 '자금운용의 초단기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장.단기자금 대출비중이 지난해 1~5월 장기 25.1%, 단기 74.9%에서 올 1~5월엔 장기 16.3%, 단기 83.7%로 단기대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최근 부도설로 곤욕을 치렀던 H그룹 자금담당자는 "금융권이 상환일자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대출금을 회수하려 한다.

특히 악성루머가 나오면 그대로 주저앉아야할 처지" 라고 말했다.

박철 (朴哲) 한국은행 자금부장은 28일 "종금사들이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자 어음할인을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 며 "최근에는 우량 그룹 계열사라도 회사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대출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 고 말했다.

H그룹 李모 재무담당 상무는 "대부분 기업들은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막힌 상태다.

종전에는 기업어음 (CP) 할인 연장기간도 기업이 원하는대로 3~6개월로 했으나 요즘은 심한 경우 1주일내로 초단기화됐다" 고 말했다.

부도설이 도는 일부 그룹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 며 "최근에는 우량 그룹 계열사라도 회사 자체에 문제가 있으면 대출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 고 말했다.

H그룹 李모 재무담당 상무는 "대부분 기업들은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막힌 상태다.

종전에는 기업어음 (CP) 할인 연장기간도 기업이 원하는 대로 3~6개월로 했으나 요즘은 심한 경우 1주일내로 초단기화됐다" 고 말했다.

부도설이 도는 일부 그룹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자금팀을 만들어 회사경영보다 종금사등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며 부도염려가 없다고 설득하는 일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한화종금의 박주은 (朴周殷) 사장은 "초비상 상황이다.

5대그룹과 롯데등 일부 우량기업외에는 기업 어음할인을 극히 선별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자금운용기간도 평상시에는 90일 기준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하루까지 초단기로 운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 말했다.

한편 부도기업을 포함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 매물이 약 8조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자체 처분용 매물로 나온 기업소유 부동산이 6조원 ▶성업공사와 법원에 처분의뢰된 것이 2조원어치등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은밀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거나 은행등의 부실채권 담보로 잡혀 있는 2조원 규모를 합치면 모두 1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부동산이나 일부 목좋은 사업용부지를 제외하고는 원매자자체가 나타나지 않아 실제거래는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박의준.황성근.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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