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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정·군 대폭 물갈이 … 핵심 302명 중 51명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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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최근 당·정·군과 외곽단체 등 체제 전반에 걸친 전면적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통일부가 북한 핵심 인사 302명을 추려 11일 발간한 인명록인 ‘2009 북한의 주요 인물’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다. 이 가운데 2007년부터 현재까지 새로 임명된 인물은 51명으로 6명 중 1명꼴로 바뀐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소문이나 간접 확인이 아닌 북한 언론이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된 내용만 수록한다”며 “공개 안된 인물을 포함하면 인사 폭은 훨씬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군부의 대대적 인사 이동이다. 북한은 11일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결정으로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에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영호 평양방어사령관을 각각 임명했다. <본지 2월 12일자 1, 6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년간 공군사령관(이병철)과 해군사령관(정명도), 작전국장(김명국), 총정치국 제1부국장(김정각)·선전부국장(정태근),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여춘석) 등 군 지휘부를 전면 교체했다. 북한 정보를 다루는 정부 당국자는 “최근 군부 인사는 세대교체를 통해 김 위원장 인물로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들은 6·25 전쟁을 직접 치르지 않아 전쟁을 쉽게 이야기하는 강경한 인물들이어서 최근 북한의 긴장 고조 움직임도 인물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서해상에서 중국 어선이 사라지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등 남북 관계 징조가 좋지 않다”며 “군령권을 가진 총참모장에 60대를 임명한 것은 군부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임 군 지도부와 포병사령부 산하 681군부대를 찾아 포 사격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미국의 미사일 발사 자제 요청을 군부 인사와 포 사격훈련 참관으로 응수하며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노동당도 인사 태풍의 한가운데 있다. ‘당 속의 당’으로 꼽히는 조직지도부에는 이용철(군사 담당), 이제강(당 생활 담당) 제1부부장 양강 체제에 김경옥 제1부부장이 뛰어들었다. 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비서실인 서기실 군사 분야 보좌역을 거쳐 이용철 제1부부장 밑에서 부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승진했다. 이용철은 야전 분야를, 김경옥은 군 속의 당인 총정치국을 담당하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군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규(민방위부)·장성택(행정부)·김양건(통일전선부) 부장과 강동윤(조직지도부)·유영선(통일전선부) 부부장도 새 자리를 차지한 인물들이다.


내각(행정부처)은 지난해에만 30명의 상(장관) 중 9명을 교체했다. 이 중 6명이 지난해 10월 이후 바뀐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인한 와병에서 업무에 복귀한 직후 경제사령부인 내각에 칼을 들이댄 것이다. 특히 현 내각을 구성하는 상들 중 발전소·조선소·탄광 등 각종 공장과 기업소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테크노크라트가 총리를 포함해 17명에 달하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를 놓고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 달성의 해’로 정하고 전문가들을 투입해 경제를 살리고 3월 출범하는 김정일 정권 3기를 앞두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곽 기구의 단체장들 역시 대거 물갈이됐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용철), 조선직업총동맹(김병팔), 조선여성동맹 위원장(노성실)이 새 의자에 앉았다. 이 같은 군부, 노동당, 내각, 청소년·비당원·여성 담당 기구 등 북한 사회를 총 망라하는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올해 만 67세인 김 위원장이 후계 체제를 염두에 둔 작업이란 지적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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