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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결석·흡연 문자로 받는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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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학생이 무단결석·흡연 등 교칙을 어겼을 때 그 내용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그린마일리지제’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3월부터 체벌 대신 상·벌점으로 학생의 교내생활을 지도하고 그 내용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학부모에게 알리는 그린마일리지제가 시범 실시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울산뿐 아니라 부산·경남 등 전국의 초·중·고교가 대상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시범실시를 희망하는 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제도 운영에 필요한 프로그램 구입비 등 1개교당 316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울산의 경우 초등학교 7곳, 중·고교 20곳 등 전체의 12%인 27곳이 신청했다.

교육청은 “학교와 가정이 학생 교육에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칫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반감을 가져 체벌에 못지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가정이 함께 인성교육=이 제도가 시행되면 우선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수업방해, 폭력·흡연 등 해당 학교별로 정해놓은 교칙을 위반했을 경우 체벌 대신 2~15점의 벌점을 부과한다. 또 교내 봉사활동이나 친구의 어려움을 돕는 등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 역시 2~15점의 상점을 준다. 상··벌 점수를 마일리지처럼 쌓고, 벌점을 상점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상당수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마일리지제는 단순히 상·벌점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학부모에게 즉각 위반·칭찬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자녀의 학교생활을 학부모들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울산시교육청 장안덕 장학사는 “체벌이 금지된 이래로 말로만 학생을 지도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학생에게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과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학부모에겐 자녀의 학교생활을 파악해 학교-가정이 협력해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린마일리지의 취지”라고 말했다.

◆찬반 논란=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한모씨(52·울산 삼산동)는 “모범생인줄로만 알았던 자녀가 흡연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꾸중했더니 금단현상까지 보일 정도로 이미 중독됐더라”며 “학교에서 빗나간 행동을 할 경우 부모한테 조기에 알려주고 함께 고민하면 결책 찾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 김모씨(45)는 “몇자 쓸 수도 없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느닷없이 자녀의 잘못을 통보받을 경우 엄청난 오해와 불신, 반감을 살 수 있다”며 “학부모에게 통지하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 가운데는 자녀의 말만 믿고 체벌을 당했을 때 이상으로 반발해 투서를 넣는 등 반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자존심이 강한 학생이 되레 교사에게 반감을 가지고 더 빗나갈 경우 교육적 효과는 커녕 되레 문제아를 만들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교육청의 강옥자 장학사는 “문제 학생의 경우 사전에 교사가 학부모를 만나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도록 일선학교에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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