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비주전 마구 섞는 ‘비빔밥 훈련’ 현대캐피탈 톱니바퀴 조직력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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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1일 LIG손해보험을 3-0으로 꺾고 시즌 20승(3패) 고지에 선착했다. 2위 삼성화재(17승6패)와는 3경기 차. 그렇다고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별 공수 13개 항목 가운데 공격 종합에서 박철우가, 이동공격에서 임시형·앤더슨이, 블로킹에서 이선규가 각각 1위를 달리고 있을 뿐이다. 삼성화재 안젤코가 득점·오픈공격·후위공격·서브 등 4개 부문을 휩쓸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걸출한 스타가 없는데도 현대캐피탈이 선두를 달리는 것은 ‘김호철식 배구’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김호철 감독은 “현대캐피탈에는 주전이 없다”고 단언한다. 프로 선수들이라면 언제든지 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현대캐피탈은 훈련방식부터 독특하다. 12명이 두 팀으로 나눠 연습경기를 치를 때 팀이 수시로 바뀐다. 레프트 공격수 송인석·임시형이 번갈아 가며 앤더슨과 짝을 이룬다. 세터도 마찬가지다. 6년차 권영민이 송인석에게 공을 올려주는가 하면 다음 세트에서는 4년차 송병일이 송인석과 호흡을 맞춘다. 다른 팀들이 주전 6명과 비주전 6명을 구분해 훈련을 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훈련부터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없으니 실전에서 누가 들어가더라도 조직력이 흔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11일 경기에서 라이트 공격수의 자리엔 후인정이 선발 출장했지만 경기를 마무리한 건 교체선수로 들어간 박철우였다.

지난 1일 LIG와의 경기에서도 그 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않았던 송병일이 2세트부터 들어가 3-1 역전승을 일궈냈다.

4단계 체력훈련도 선두 질주의 비결이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부터 종료 때까지 네 차례로 나눠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한다. 시즌 중이라 선수들로선 ‘죽을 맛’이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체력이 곧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김 감독의 믿음 때문이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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