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八字' 도로가 바꾼다 …길 뚫리거나 확.포장 땐 金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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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로는 땅의 팔자를 바꾸어 놓는다.

아무 쓸모없는 산간벽지라도 도로가 생기면 땅값이 오르고 반대로 있던 도로가 없어지면 땅의 활용도가 낮아져 그만큼 값이 내리게 마련이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도로 신설및 확.포장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고속도로가 건설되는가 하면 2차선 도로가 4~6차선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물론 포장이 안된 도로는 말끔하게 단장되고 도로가 없던 곳도 새로 길이 생겨 웬만한 지역이면 다 자동차가 들어간다.

도로신설은 말할 것도 없고 길이 넓어지고 포장만 돼도 그 주변 지역은 엄청나게 변한다.

차량통행 많아지고 사람이 몰리면 개발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음식점이 들어서고 전원주택.관광지.숙박시설등도 앞다퉈 건설돼 인적이 드문 오지가 번화가로 발전되는 일이 흔하다.

이런 가운데 땅값은 수십배에서 심한 경우 수백배까지 오른다.

땅값 상승은 정부의 규제완화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도로의 영향이 크다.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을 잇는 국도를 보자. 80년대 중반만 해도 대부분의 농토는 평당 10만원이하였다.

그런 곳이 80년대 후반 팔당대교 건설과 함께 2차선인 서울~양평간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땅값이 보통 4~5배 올랐고 일부는 10배정도 뛰기도 했다. 전 (全) 구간이 완공단계에 있는 현재는 이보다 더 올랐다.

4차선으로 확장되면 소통이 원활해지고 이에따라 레저인파와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나 주변 개발이 활기를 띠기 때문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서 양양군 논화리간 56번 국도변의 땅도 팔자를 고친 대표적인 케이스. 당초 2차선 비포장도로인데다 길이 험해 그야말로 산간오지였다.

그런 오지가 90년대중반께 팔자가 바뀌었다.

정부의 국도 확.포장계획에 따라 이 구간의 포장공사가 95년 완공되면서 양양군 영덕.서림.갈천.황이리 도로변 땅값이 10배정도 올랐다.

영덕리 김영식 (金榮植) 이장은 "도로변 농지의 경우 포장공사 직전 평당 2만~3만원에서 완공후 20만~30만원으로 뛰었고 개발 가능한 임야는 평당 2천~3천원에서 2만~3만원으로 올랐다" 고 말했다.

반대로 정부의 곡선도로 직선화 시책에 따라 길이 없어진 경우를 보자. 경강국도 가운데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청운교에서 다대교 사이의 도로가 당초 여울리쪽에서 용두리방향으로 바뀌어 기존 도로변의 주유소.음식점들이 큰 손해를 보게됐다.

물론 토지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땅값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례는 국도및 지방도 확.포장공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도로가 없어진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바로 도로와 붙어있는 것보다 다소 한적한 곳이 도리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경관이 뛰어나고 주변의 여건상 개발이 가능한 지역인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 도로변 땅이 외곽지보다 활용도가 높다.

그만큼 길이 중요한 것이다.

정부의 도로 확.포장사업으로 가장 이득을 본 곳은 경기도와 강원도. 경관이 수려한 지역이 많은데다 레저인구가 몰려 개발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로사정이 좋지않아 찾는 사람이 없다가 아스팔트 포장에다 확장까지 되자 인파가 몰리게 된 것. 사람이 북적대면 자연히 음식점.숙박시설등의 수요가 많아져 개발이 촉진되게 마련이다.

이런 도로 신설및 확.포장사업에 따라 그동안 오지로 꼽혔던 가평.설악.포천일대는 이제 드라이브 코스가 될 정도로 가까워졌다.

강원도 홍천.횡성.정선.태백지역도 도로 개수공사덕을 톡톡히 봤다.

정선.태백지역등은 정부의 폐광지역 개발계획 발표 때문에 땅값이 대폭 올랐지만 승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비포장 도로들이 90년대들어 속속 포장되면서 투자환경이 바뀌었던 것. 베트랑급 투자자들은 그러나 도로개수가 완전히 끝난 지역보다 사업예정 지역을 택한다.

주요 간선도로는 이미 다 확.포장사업이 끝나 투자가치도 많이 떨어졌다.

현재 공사중인 곳은 이미 땅값이 많아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확장 또는 신설계획이 잡혀있는 곳을 찾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물론 공사중인 곳이라도 일단 사업이 완료되면 땅값이 다시 오르지만 상승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제는 면.리 단위 도로에 대한 포장사업을 벌여야 할 단계다.

따라서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청정지역을 찾는게 바람직한 투자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를 잘 못 입수했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와 앞을 내다보는 안목있는 투자만이 성공이 보장된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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