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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앨튼作 해양과학소설 '메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상어와 공룡이 사람들을 공격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조스' (75년) 와 '쥐라기 공원' (93년) 은 그 소재로 세계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30 길이에 체중이 20톤에 이르는 공룡시대의 거대한 괴물상어가 현대에 나타난다면? 공룡도 잡아 먹던 이 괴물은 상어와 고래를 공격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삼키고 심지어 대형 선박을 침몰시키기에 이른다.

스포츠의학 박사이며 해양학과 고생물학 연구가인 미국작가 스티브 앨튼이 올해 내놓은 해양과학 소설 '메그' (중앙M&B 발행) 는 그런 섬뜩한 상상력으로 여름 독서가에 얼음처럼 차가운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소설의 첫 장면은 백악기 말기인 약 7천만년전 어느 해변이다.

몸길이가 15나 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15㎝나 되는 날카로운 이를 번득이며 바닷가를 달린다.

그런데 이 흉폭한 폭군은 갑자기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쥐라기 공원' 의 주인공이었던 공포의 육식공룡은 길이가 20㎝나 되는 메갈로돈의 촘촘한 이 사이에서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최후를 맞는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강연장. "발견된 화석으로 미뤄 보면 메갈로돈은 7천만년전부터 10만년전까지 존재했습니다.

10만년전에 바다에서 사라진 이유는 마지막 빙하기 무렵 바닷물의 온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고생물학자이자 한때 심해탐사가였던 조나스 테일러 박사는 청중을 향해 열변을 토했다.

그는 메갈로돈이 현재에도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차가운 바다에서는 사라졌지만 빙하기에도 따뜻한 물이 있던 곳, 즉 수천 깊이의 심연에 들어간 일부는 지금까지도 후손을 잇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곳인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가 가장 주목되는 곳입니다.

거기에는 지구내부의 지열로 뜨거워진 물이 분출돼 해저 골짜기를 따라 난류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

그는 깊이 1만가 넘는 마리아나 해구의 심연을 탐사하다 자신의 눈으로 메갈로돈을 봤다고 주장한다.

기회가 왔다.

조나스에게 어느날 일본계 미국인 해양생물학자인 다나카박사가 심해탐사를 요청한다.

일본정부의 부탁을 받고 마리아나 해구 깊숙히 설치한 지진 관측용 장비가 이유없이 망가졌는데 이를 처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가 났다.

다나카박사의 아들 디제이와 함께 각기 심해잠수정을 타고 해구 속에 들어간 조나스는 수컷 메갈로돈의 공격을 받고 간신히 생환한다.

디제이는 희생된다.

문제는 이로써 끝나지 않았다.

수컷이 디제이의 잠수정에 연결된 케이블에 얽혀 수면으로 끌어 올려지던 도중에 나타난 암컷 한마리가 수컷의 몸을 뜯어 먹으면서 수면으로 함께 올라온 것이다.

암컷은 수컷이 흘린 다량의 더운 피를 덮어 쓰는 바람에 10만년간 그의 선조를 묶어놓은 차디찬 한류층을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습격이 시작됐다.

대양으로 올라온 메갈로돈은 고래를 무참히 공격해 고래떼의 이동 방향을 바꿔 놓는다.

조나스를 통해 사건을 파악한 다나카박사는 이 희귀한 '살아있는 화석' 을 마취총으로 생포해 자신이 고래보호를 위해 건설중이던 넓은 인공 바다에 풀어 연구에 쓰기로 결심한다.

미해군의 맥거번장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를 지원한다.

사실상 퇴역상태인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 노틸러스호가 이 작전에 동원된다.

바다의 전투가 막 오른다.

그동안 메갈로돈은 고래는 물론 해변의 관광객까지 해친다.

바다는 공포에 빠진다.

하지만 조나스와 다나카는 헬리콥터와 연구선 키쿠호를 동원, 메갈로돈을 마취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물에 담겨 인공바다로 실려가던 이 괴물은 마취에서 깨어난다.

구경나온 관광선들과 키쿠호 등이 공격받는다.

그것은 광란의 현장이었다.

그 속에서 다나카 박사의 딸 테리가 메갈로돈에게 먹힐 위기에 처한 것을 본 조나스. 사랑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잠수정을 몰아 메갈로돈의 입 안으로 돌진한다.

메갈로돈의 뱃속으로 들어간 그는 고생 끝에 괴물의 심장혈관을 잘라 버리고는 추진장치를 이용해 빠져 나온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갔던 조나스는 푸른 눈을 가진 하얀 상어 한마리가 그물에 잡혀 있는 것을 목격한다.

백상어는 회색눈을 가졌다.

이 세상에 푸른 눈을 가진 백상어란 없다.

그것은 죽은 암컷 메갈로돈이 세상에 남긴 새끼였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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