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경제] Q.‘법정관리’가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틴틴 여러분, 요즘 경제 기사에서 ‘법정관리’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등장했을 겁니다.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본지 2월 7일자 12면)에 ‘이게 무슨 뜻인가’하고 궁금해하는 친구들도 있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법정관리를 받는다’는 뉴스에 주눅들지 말고 기사를 쭉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알아두세요.

◆법원이 회사 경영 관리=우리나라에서 법정관리제는 1962년에 생겼습니다. 지금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6년 개정)로 바뀌었지만 처음에는 ‘회사 정리법’에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라면 법원에 의해 회사가 관리되는 것이죠. 법정관리는 법률적으로 정확한 용어는 아닙니다. 2006년 개정된 표현대로 하자면 ‘회생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야 합니다. 다만 법정관리라고 해야 알기 쉬워서 그렇게 쓸 뿐입니다.

그럼 왜 기업은 법원의 관리를 받게 될까요.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부족해 곧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경영진은 법원에 관리를 신청합니다. 그냥 두면 부도가 나 회사가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쌍용차 경영진이 지난달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밝힌 내용을 보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긴박한 자금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기업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이 신청을 검토해 법정관리를 시작할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 판단하게 됩니다. 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무조건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닙니다. 법원에서 허용하지 않으면 신청한 기업은 파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법정관리를 시작하면 그 회사의 빚은 당분간 동결됩니다. 장기간에 걸쳐 빚을 갚을 수 있게 됩니다. 반면 회사 재산도 법원의 허락 없이는 팔지 못합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회사 경영진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법원에 관리를 맡기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법정관리를 신청해 온 회사를 조사한 뒤 최종 결정합니다. 일정기간 동안 법원의 관리를 받고 나면 기업이 좋아져서 홀로 경영할 수 있다는 판사의 판단이 서야 가능합니다.

쌍용차의 경우를 볼까요. 법원은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한 달 가까이 이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검토했습니다. 판사들이 직접 쌍용차 공장까지 방문하고 근로자들도 만나 면담도 했지요.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쌍용차는 현재 보유한 현금이 부족해 회생절차를 시작할 이유가 된다.”

법원은 쌍용차가 부도나면 국가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이 같은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생 가능성 없으면 청산=법정관리가 시작된다고 해서 그 회사가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법원은 1년 안에 이 회사가 정말 살 수 있느냐를 다시 판단합니다. 가능성이 없으면 여기서 청산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임명합니다. 법정관리인은 기존 경영진을 대신해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사위원은 회사의 경영실태와 재무상태를 정밀하게 조사해 법원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역할을 하죠. 이 일은 4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보고서가 완성되면 그 회사의 채권단과 주주 등이 참여하는 ‘관계인 집회’를 엽니다. 이 회의에서 회사를 살리는 게 이익이 되는지, 아니면 없애고 그 회사가 소유한 자산 등을 팔아 나누는 편이 좋은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를 ‘청산’이라고 합니다. 회사 자체가 완전히 해체되는 것으로 남은 재산을 공평하게 주주·채권자에 나누어 줍니다. 공장은 공장대로, 기계는 기계대로 팔게 됩니다. 따라서 법정관리가 시작된 4개월 뒤에 해당 회사의 명운이 또 한번 갈립니다.

기업을 살릴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명령합니다. 4개월 안에 경영을 총괄하는 법정관리인이 이 계획안을 짜게 됩니다. 이때 법원은 다시 관계인 집회를 열어 계획안을 받아들일 건지 말 것인지를 판단합니다. 법원과 주주·채권단 등이 동의하면 비로소 본격적인 회생작업이 시작됩니다. 한마디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기까지는 1년 정도가 걸리는 것이죠.

◆졸업까지 3∼4년 걸려 =회생 계획안이 허락되면 법정관리인은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합니다. 이때 회사의 관리인은 진행 상황을 법원에 수시로 보고해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만일 회사가 제출한 계획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법원은 회사에 대한 파산선고를 내릴 수 있습니다. 회사가 없어지는 것이죠. 법정관리가 원활하게 진행돼 끝나는 걸 ‘법정관리 졸업’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법원이 결정합니다. 법정관리는 보통 졸업할 때까지 3∼4년이 걸립니다. ‘참이슬’소주를 생산하는 진로의 경우 2003년 5월 법정관리를 시작해 2005년 9월에 졸업했습니다. 2년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죠. 이처럼 빨리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서 빚을 떠안았기 때문이죠. 법원은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면 재무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