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된 ‘유령아파트’ 2만 가구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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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1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수완택지지구 내 대주아파트 공사 현장.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워크레인이 보이지 않는다. 공사가 중단된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 몇 개만 휑하니 남아 있다. 주변을 지나던 주민 김모(54)씨는 “1년 넘게 이 상태 그대로”라며 “보기에도 흉할 뿐더러 방치된 아파트 때문에 우리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건설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는 ‘유령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수조원대의 돈이 공사 현장에 잠겨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유령아파트 처리에 국민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사고사업장=지난해 건설사 파산이나 부도, 또는 공사 지연(공정률 대비 25%포인트 지연) 등으로 대한주택보증(이하 대주보)이 분양대금 환급 등의 보증이행의무를 짊어진 사고사업장은 53곳 2만1100여 가구. 보증금액만 3조3275억원에 달한다. 2007년(27곳 7000여 가구, 1조3052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건설사 자금난이 심해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기 시작했는데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C&우방과 대동종합건설의 사업장 3~5곳이 지난해 10월 이후 사고사업장에 편입됐다. 올 들어서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건설업체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대주건설의 프로젝트가 새로 등록되는 등 1월 말 현재 57곳 2만4195가구(보증금액 4조1184억원)가 사고사업장 명단에 올라와 있다. 앞으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사고사업장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주보 보증이행팀 강병권 부장은 “흔히 2군이라 말하는 시공능력 순위 100위권 밖의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시작되면 사고사업장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실 어디서 메우나=유령아파트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부른다. 대주보는 아파트 분양보증 수수료를 모아 사고사업장을 처리한다. 인수한 사고사업장에 대해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한 후 공매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워낙 나빠 처분이 안 된다. 대주보는 지난해 이후 7개 사업장을 공매에 부치고 있는데 아직 한 곳도 팔지 못했다. 감정평가액 대비 평균 50%가량 매각 가격이 낮아졌는데도 인수자가 없다. 사고처리에 들어간 돈에 대한 손실은 물론 이자 등 기회비용까지 포기해야 할 판이다. 또 사업장 처리 방안이 정해질 때까지 공사가 모두 중단되므로 땅값과 공사비도 묶일 수밖에 없다.

계약률과 공정률을 고려할 때 전체 보증금액의 3분의 1가량은 대주보가 떠안아야 한다. 대주보는 현재 3조원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토해양부의 건설사 지원 방침에 따라 1조5000억원가량을 미분양 매입에 추가로 쓸 예정이어서 별로 여유가 없다. 1월 한 달간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환급해준 분양대금이 1532억원에 이른다. 대주보 안팎에서는 올해 안에 적어도 1조원 이상이 환급금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보 재원이 부족해지면 국민주택기금을 써야 한다.

정부도 해결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지만 주택경기가 확 풀리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은 없다. 국토해양부 국민주택기금과 정경훈 과장은 “민간주택사업자가 사고사업장을 비교적 쉽게 인수할 수 있게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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