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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과도정부 요인 잇단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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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이라크에서 일하던 이집트와 터키 출신의 트럭 운전사들이 밝혀지지 않은 장소에서 이들을 납치한 일단의 무장괴한들 앞에 앉아 있다. 무장괴한들은 지난 10일 두바이 소재 알아라비야 위성방송을 통해 이들 인질을 12일 낮 12시에 죽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AP=연합]

이라크의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과도정부의 바삼 쿠바 외무차관과 쿠르드계의 수니파 지도자 셰이크 이야드 쿠르시드 압둘 라자크가 12일 잇따라 암살당한 데 이어 13일에는 카말 자라 교육부 문화국장이 피살됐다. 또 13일 바그다드 시내를 순찰 중이던 경찰을 향해 폭탄을 실은 차량이 돌진해 경찰관 4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이라크 국경수비대장 후세인 무스타파 장군은 고속도로에서 기습공격을 받았으나 암살은 모면했다.

쿠바 차관은 오전 7시30분쯤 사담 후세인 지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바그다드의 아자미야 자택에서 출근하던 길에 총격을 받아 숨졌다. 외무차관 중 가장 경력이 많은 쿠바 차관은 유엔 주재 이라크 대표부와 주중 이라크 대사를 역임했다. 그는 뉴욕 세인트 존스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도정부 인선 발표 후 요인이 암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9일에도 암마르 알사파르 보건부 차관이 총격을 받았으나 경호원들의 대응사격 등으로 목숨을 건졌다. 지난달 17일에는 이즈딘 살림 과도통치위원회 순번 의장이 바그다드 연합군사령부 앞에서 차량폭탄사건으로 사망했다.

쿠르드계 종교지도자인 라자크는 키르쿠크 내 라히마와에 있는 자택으로 들어가던 중 괴한들의 총격을 받았다. 쿠르드족과 아랍.터키계가 함께 거주하는 이 지역은 인종갈등이 심한 곳이다. 자라 교육부 문화국장도 바그다드 서부 가잘리아의 자택에서 출근길에 변을 당했다.

요인 암살과 함께 외국인이나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이라크인에 대한 납치와 살해도 그치지 않고 있다. 무장괴한들에게 지난 10일 팔루자 인근 도로에서 납치된 남부 레바논 출신 노동자 1명과, 같은 외국계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이라크인 2명이 팔루자 근처의 도로에서 12일 목잘린 피살체로 발견됐다. 반면 무장단체에 억류됐던 7명의 터키인 인질은 협상 끝에 풀려났다.

이달 말 예정된 주권이양을 방해하는 무장세력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시아 강경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과도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된다. 그는 지난주 금요기도회에서 "이 정부가 점령을 종식시키고 외국 군대를 철수하는 시기를 제시하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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