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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미국 경제 안정성장 보고서…그린스펀 FRB의장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미국 경제가 갈수록 자신감을 더해 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22일 (현지 시간)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지금 당장은 인플레 우려가 없다" 는 진단을 분명하게 내렸고, 뉴욕증시는 사상 4번째로 큰 상승폭으로 이에 화답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백54.93포인트 (1.9%) 오른 8천61.65에 폐장, 올들어 33번째 최고치를 경신했다.

FRB는 그렇다고 경제운용의 고삐를 늦추겠다는 틈은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고성장과 저물가로 특징지워지는 현 경제상황은 분명히 예외적" 이라고 규정한 그린스펀은 "현재로서는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 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그러나 언제라도 인플레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금리를 올려 물가상승에 대비할 태세가 되어 있다" 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어쨌든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듯 하다.

FRB는 이번에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을 지난 2월의 전망치 (연율 2.75~3%) 보다 더 낮은 2.25~2.5%로 고쳐 잡았다.

〈표 참조〉 그만큼 '고성장.저물가' 의 '신경제' 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고도 그린스펀은 보고서를 통해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고성장.저물가가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양립할 수 있다는 '신경제 이론' 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며 FRB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에 근거해 '위험한 실험' 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FRB가 8월19일로 예정된 다음 금리정책위원회에서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산가치의 '거품 상승' 에 대한 경고가 먹혀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현기조를 유지할 전망인데, 그 비결은 이날 발표된 FRB 보고서에서 어느 정도 찾아 볼 수 있다.

◇FRB 반기보고서 주요 내용 = 정부의 재정적자축소와 규제완화, 그리고 94년에 미리 금리를 올려 인플레를 예방한 것이 오늘날 안정성장의 밑바탕이 되었음은 분명하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컴퓨터등 테크놀로지 발전이 과연 전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는지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테크놀로지발전이 근로자들의 해고 위험등 노동시장의 긴장성을 높였고, 이 바람에 임금문제와 노사관계가 매우 안정돼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노동및 비노동비용을 합친 원가상승률은 올해 1분기중 0. 5%에 그쳤다.

게다가 개인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아웃소싱 (외부조달).시간제 근무제.소규모 작업팀등이 일반화되면서 노동시장의 수급도 잘 조정됐다.

실업률이 25년이래 최저치에 머무르면서도 임금상승압력을 받지 않은 것은 이같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때문이다.

'강한 달러' 정책도 수입물가상승을 억제해 안정성장에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의 잠재력을 결정짓지 못한다.

다만 시장경제가 번성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현 상황이 주는 교훈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원리의 확산, 정부지출의 최소화만이 근로.저축.투자.혁신의 동기를 극대화한다" 는 것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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