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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빙하기! 물꼬 주시하라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와 집값 폭락, 그리고 이어진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어디선가 많이 봤던 장면이 아니던가? 10년 전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일과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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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TV에 나와 “지금 집 사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온 국민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았다. 부동산 시장은 코웃음으로 응대했다. 자고 나면 1억원씩 아파트 값이 올랐다.

부동산 거품 꺼지는 중 … 부양책 효과 나기 전이 ‘투자 적기’ #앞으로 3년, 내 집 마련 마지막 기회 #포스트 버블 역발상 투자전략 ②

사람들은 당국이 대통령의 발표와 동시에 내놓은 또 다른 부동산 대책, 즉 3·30 대책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럴 만했다. 2003년 12·9 대책, 2005년 8·31 대책 등 집값 잡는 시늉으로 계속 변죽만 울려 온 정부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버블 세븐’이라는 새로운 부동산 용어까지 탄생시킨 3·30 대책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추석을 전후해 시작된 집값 오름세는 연말이 되자 버블 세븐을 넘어 수도권 전역, 그리고 그간 부동산 투기와는 담을 쌓았던 강북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11월 15일 또 한 차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시장은 정부대책 내용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안정정책은 일견 시장의 놀림감이 되다시피 한 완벽한 실패로 보였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당시 노무현 정부가 지목한 ‘버블 세븐’이 2년 뒤 어떻게 됐는지 잘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물론 이들 지역 집값 하락의 근본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자산거품 붕괴 현상이다. 허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부동산의 하락행진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내놓은 마지막 두 부동산 대책, 즉 3·30 대책 그리고 11·15 대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3·30 대책의 주요 내용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6억원 이상 고가주택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주택거래신고지역 내 주택 매입 시 자금조달계획 신고 등이다. 11·15 대책은 분양가 25% 인하와 신도시 1~2년 조기공급 등이 골자다. 수요억제에 이어 공급확대까지 이어진 이 대책들의 특징은 시행 직후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DTI 규제와 자금조달계획 신고 등의 경우 당장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집을 사려는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잔뜩 빚을 내야 집을 살 수 있는데, 그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요, 특히 투자목적의 가수요는 오그라들게 마련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집값을 끌어내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 어떤 호재나 악재보다 확실하게 앞으로의 시장흐름을 좌우하는 강력한 방향타다. 노무현 정부는 알고 보면 의도한 대로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렸다. 다만 정부정책은 덩치가 크다 보니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린다. 아파트 몇 채 짓고 끝나는 일개 건설사의 분양물량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1000가구짜리 아파트 단지 하나를 짓는 데도 3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20만 가구를 공급하려는 정부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 보라.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보자. ‘버블 세븐’의 아파트값은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곳도 있고, 강북 주택 시장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던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가격하락세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남3구와 분당은 경매 낙찰가율조차도 사상 최저치로 추락해 법원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MB정부 11·3 대책 부동산 흐름의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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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빙하기라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의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관해 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요즘은 특히 비관적인 목소리가 큰 편이다.

추가 하락에 무게를 둔 분석들의 근거는 이렇다. 지난 10년간 세계 각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을 압도할 만큼 높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부동산버블이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됐다.

결국 이는 전 세계적인 부동산 버블 제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이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다소 과했던 것도 사실이고, 우리나라만 따로 놀기 힘든 것 또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예컨대 전 세계 부동산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던 시절 해외 언론들은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비교하며 버블을 경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서울은 이 리스트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주요 도시가 아니어서 빠진 것이 아니라 런던, 모스크바, 뉴욕 등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동남아보다 훨씬 못했다. 나라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아이슬란드 252%, 영국 192%, 호주 132%, 미국이 100% 오를 동안 한국은 38.4% 상승에 그쳤다. 물론 이는 비교 기준이나 관점에 따라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얘기다. 대신 우리가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서울 아파트 값이 과연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거짓말 같겠지만, 요즘 시세라면 동남아 아파트 한 채 팔면 강남 아파트 5채는 거뜬히 살 수 있다. 최근 1~2년 국내에서 ‘저평가됐다’며 투자 붐을 일으켰던 말레이시아부터 보자.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외국인 거주지인 암팡 유단트(Ampang U-Thant)에 짓고 있는 아파트는 방 3개짜리가 약 9억원, 방 6개짜리는 약 34억원이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소위 ‘더 못사는 나라’로 알고 있는 태국 방콕의 외국인 거주지역인 수쿰빗(Sukhumvit) 모 아파트의 분양가는 방 3개짜리가 약 25억원이다. 2억5000만원이 아니라 25억원이니 오해하지 마시라. 비싸다고? 그렇다면 그 인근에 짓는 또 다른 아파트는 알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방 6개짜리를 약 61억원에 분양 중이다.

외국인만 모여 사는 최고급 아파트를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말라고 항변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크지 않은가? 이쯤은 돼야 어디 가서 ‘우리, 집값에 거품 좀 끼었어’ 하며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왜 요새 해외동포들이 ‘서울 집값 진짜 싸더라’며 부동산 쇼핑에 나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동남아 수준도 안 되는 주택가격이 더 이상 하락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이미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완화와 한국은행 정책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유도, 주택금융지원책 등을 발표했고, 조만간 ‘3대 규제 철폐’라는 메가톤급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이미 발표된 정책부터 보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불리는 발표만 해도 여러 차례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취·등록세 50% 감면 등이 포함된 6·11 대책을 필두로 ▶재건축 절차 규제완화,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미분양 환매조건부 매입 등 8·21 대책 ▶보금자리 주택 도입,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9·19 대책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 등 9·22 대책 ▶건설사 보유 토지 매입 등 10·21 대책 ▶강남3구를 뺀 전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11·3 대책 등 거의 매달 굵직한 대책이 나왔다.

이들 중 11·3 대책은 부동산의 흐름을 바꿀 중대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는 파격적인 조치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풀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를 뺀 분양 아파트의 분양권을 즉시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열렸다.

서민들 내 집 마련의 꿈 영원히 사라진다

여기에 곧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는 ‘부동산 3대 규제 철폐’, 즉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양도소득세 폐지, 강남3구 규제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은 앞으로 정부가 부동산 경기만큼은 확실하게 떠받치겠다는 공개선언에 해당한다. 3대 규제 철폐가 이뤄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는 일반 분양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재개발과 재건축이 거의 유일한 주택 공급수단인 서울 등 대도시에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영원히 꿈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가수요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되면 6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담보인정비율(LTV)이 현행 40%에서 60%로 높아진다.

빚 내서 집 사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분양권 전매 허용이 투자목적의 수요를 되살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혹자들은 지니계수니, 실질구매력이니 하는 어려운 말을 써가며 우리나라 집 값은 더 이상 오를 수도 없고, 혹시 올라도 살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월급쟁이가 아파트 한 채 사려면 몇 년이 걸린다’며 주택구매를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의 시동을 걸기 시작한 지금부터 앞으로 3년 정도가 ‘죽기 전에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과감히 말하고 싶다. 세계 경제가 끝내 붕괴해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혹은 현 정부의 모든 부양책이 실패해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 꼴이 나지 않는다면 몇몇 지역의 집값은 지금보다 배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3년 정도만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 시장의 확실한 방향타인 정부정책은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국계, 빌딩 사재기 ‘AGAIN 1998?’

투자팁

외환위기의 ‘데자뷔’는 주택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국내 기업들은 앞 다퉈 사옥을 매물로 내놓고, 외국계 자금이 이를 사들이고 있다.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에다 환율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에게는 사실상 반값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그때와 닮은 점이다. 이들은 과거에 그러했듯 서울 강남, 특히 테헤란로 빌딩들을 선호한다.

게다가 10년 전 역삼동 스타타워와 론스타로 대변되는 ‘빌딩 대박’은 여러 나라에 소문이 난 모양이다. 요즘 국내 빌딩 시장을 기웃대는 외국계 자본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전통적인 빌딩 구매세력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계 자본까지 끼어 있다고 한다.

혹여 빌딩매매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며 외면하지 말자. 잘 찾아보면 서울 강남에서도 10억원대의 번듯한 5~6층짜리 빌딩을 찾아볼 수 있다. 대출을 활용하고, 임대보증금을 제외하면 아파트 한 채 값 정도로 빌딩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로변 이면도로의 한 5층짜리 건물은 8억원이면 인수할 수 있다.

19억원에 매물로 나온 이 빌딩은 기존 융자 10억원에, 임대보증금이 1억원으로, 매달 950만원의 임대료가 나온다. 빌딩 주인, 말만 들어도 설레지 않는가? 생각을 바꾸면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인규 재테크 전문 저널리스트·inthet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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