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최악의 카드" 초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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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한국당 이회창고문의 대선후보 확정으로 자민련이 초조해졌다.

"우리로선 최악의 카드" (安澤秀 대변인) 라고 할 정도다.

李후보의 충청권 연고로 기존 자민련 지지층이 동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24일 치러질 예산재선거부터 '이회창바람' 이 몰아칠까 걱정이다.

겉으로는 "별 탈 없을 것" 이라면서도 상당수 충청권 의원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자민련의 입지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 눈에 보인다" 고 걱정했다.

김종필 (金鍾泌) 총재의 반응 또한 냉담하다.

金총재는 21일 예산 현지에서 선거지원지원활동중 이회창후보의 당선소식을 듣고 별다른 대꾸도, 표정도 없었다고 한다.

이미 그의 당선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당직자로부터 이러한 움직임을 최근 거의 매일 보고받았다고 한다.

金총재의 이회창후보에 대한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다.

지난 5월말 대선자금문제를 둘러싸고 당시 李대표와 김영삼대통령간에 혼선이 빚어질 때도 "李대표가 金대통령보다 오히려 잘못이 있다" 고 공격했을 정도다.

金총재는 최근 " '법대로' 를 내세우면서도 자기 멋대로 하고, 고향도 자기 맘대로 바꾸고, 지역감정을 타파한다면서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다닌다" 며 "그사람 참 신뢰성이 없는 사람" 이라고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지지기반을 넘보는 강력한 경쟁자에 대한 견제심리와 함께 앞으로 DJP협상에서 자민련의 협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심정이 실려있다는 분석이다.

전례없이 선거일 전날까지 2박3일동안 현지에 머무르며 선거를 총지휘하는 것에서 金총재의 다급함이 읽혀진다.

그러나 "그가 됐다고 해서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 (姜昌熙 사무총장) , "우리는 제 갈 길을 갈 뿐" (許南薰 정책위의장) 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는 의원도 상당수다.

또 李후보의 파괴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영수 (韓英洙) 부총재는 "그는 12월 대선까지 엄청난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며 특히 아들의 병역기피는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결정적 결격사유" 라고 예측했다.

"그가 얼마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통령감이 전혀 안된다는 평이 많았다" (金顯煜의원) 는 혹평도 있다.

충청민심 사수 (死守) 를 위한 자민련의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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