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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혁 모범 보인 정성진 일산 광성교회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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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일산광성교회 정성진 목사가 교회 부설 유치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광성교회의 두 날개는 사랑과 섬김이다. 개인의 구원이 왼쪽 날개라면 사회의 구원은 오른쪽 날개다. 정성진(49) 담임목사는 이를 '독수리 목회'라고 표현했다. 독수리의 두 날개로 개인과 사회를 힘차게 껴안는 목회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일산광성교회가 개혁적 교회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기독교 내부에서 '화두'처럼 떠오른 교회 개혁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발전하는 교회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4년 전 다른 교회보다 일찍이 목사 정년 단축(70→65세), 원로 목사제 폐지, 담임목사 신임투표(6년 단위) 등을 뼈대로 한 민주적 정관을 도입한 데 이어 청소년센터와 도서관을 세우고 문화강좌를 여는 등 폭넓은 지역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8일 오후 교회 3층 식당 한쪽 사무실에선 주부 대상의 양재 강좌가 한창이다. 정 목사가 "기술을 익히면 제 옷 한번 만들어 주세요"라며 농담을 걸었다. 교회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있는 도서관에선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도서관 옆에는 어학실습실이, 또 지하에는 공연.전시를 할 수 있는 청소년 문화공간이 있다. "문화강좌만 50여가지나 돼요. 대부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서비스합니다. 도서관에 등록한 가구도 1500가구에 이릅니다. 하루 평균 80여명이 이용하죠. 청소년센터도 9억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와서 마음껏 놀도록 열어놓고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다. 일산광성교회는 현재 103곳의 외부 단체.개인을 돕고 있다. 고양환경운동연합부터 안산소년원까지, 해외 선교사부터 지방의 작은 교회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교회의 목적은 지역을 섬기는 데 있습니다. 교회를 세울 때부터 우리보다 작은 곳을 찾아나섰어요. 1년 예산의 절반을 지역활동에 쓰려고 합니다. 교회는 무엇보다 주는 곳입니다. 영성도, 사랑도, 물질도, 모든 걸 나눠줄 때 교회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정 목사의 좌우명은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이다.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뜻으로 그는 "목사가 죽어야 한국 교회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적 규약을 통해 평신도의 참여폭을 확대한 목적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일체의 보너스 없이 280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하고 있다. "스님이나 신부보다 많이 받지 않나요. 그래도 저는 가정이 있잖아요. (웃음) 목사도 스님.신부와 똑같은 수도자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교회를 하면 곤란해요. 그건 교회가 아니라 기업이죠. 왜 법정 스님만 '무소유'를 말해야 합니까. 한국 교회도 갖는 게 아니라 주는 게 남는 것이요, 인생은 소유가 아니라 임대 개념이란 걸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는 "주니까 성공했다"고 거듭 말했다. 처음 10가구로 시작했던 교회가 설립 7년 만에 신자 4000여명의 중형교회로 성장한 원동력을 나눔에서 찾았다. 헌금을 얘기하지도, 교회 참석을 강조하지도 않았으나 그간 쌓인 '입소문'이 교회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정 목사의 출발은 민중신학이었다. 1980년대 중반 충북 탄광촌에서 목회활동을 시작, 서울 봉천제일교회.천호동 광성교회를 거쳐 97년 지금의 교회를 개척했다. "투쟁과 비판의 민중신학은 사라졌지만 없는 자를 섬기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변할 수 없습니다. 이를 향해 저와 교회가 날마다 새로워져야죠. 사실 그게 상식이지 않습니까."

글.사진=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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