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간 칸막이 치는 건 현실 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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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을 방문 중인 최시중(사진)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선진국들은 신문방송의 겸영을 시대 흐름에 따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며 “디지털 시대에 매체 간 칸막이를 치는 건 현실 퇴행과 안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의 경우 여론 독점을 막을 장치를 만들어 놓고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했지만 실제 부작용이 나타난 적은 없다고 들었다”면서 “겸영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묻는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에선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원칙적으로 허용돼 있으며,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대표가 권위지 더 타임스와 위성방송 BSkyB를 소유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한국에서도 여론 독점을 막을 기본장치가 어느 정도인지 국회에서 논의하면 되는데 법안 상정조차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미디어법 개정안은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의 20% 이내만 취득할 수 있도록 제한장치를 두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미디어 빅뱅은 방송만의 빅뱅이 아니라 신문 등 다른 매체의 발전도 이끌어야 한다”면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를 한국 미디어 빅뱅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히면서 “4 New(New Thinking·New Paradigm·New Media·New Industry)를 미디어 정책의 주요 원리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또 KBS를 국민의 신뢰를 받는 한국의 BBC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28년째 KBS 수신료가 동결된 부분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국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수 있도록 KBS가 먼저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5~10일 프랑스와 영국 방문을 마치고 11일 귀국한다.

런던=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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