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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졸 57세 중기 사장님 4년 개근 경영학사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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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년간 젊은 학우들과 호흡하며 회사 경영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정규학교는 초등학교를 다닌 것이 전부인 50대 후반의 중소기업 사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과정을 마치고 학사모를 쓰게 됐다. 인천시 서구 당하동에서 절수기기 제조업체인 와토스코리아를 경영하는 송공석(57·사진) 사장은 “4년 동안 결석 한 번 없이 132학점(졸업이수 130학점)을 따 25일 학부 최고령으로 졸업장을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2005년 입학 때도 화제가 됐다. 당시 한 명이 모집 정원인 경영학과 수시 특기자 전형에서 9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면접 시험에서 ‘왜 뒤늦게 대학에 입학하려느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는 성장하는데 경영자의 능력이 따르지 못해 회사가 어려워지면 큰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1966년 전남 보성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6세 때 맨손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공원, 배달원, 고물장사, 식당 접시 닦기 등 온갖 궂은 일을 전전하며 돈을 모아 73년 인천에서 남영공업사를 세웠다.

97년 외환위기 직전 등을 비롯해 세 차례나 회사가 쓰러질 뻔한 위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밑바닥에서부터 다져 온 끈기로 다시 일어나곤 했다. 양변기 부품 중 절수제품을 잇따라 개발해 ‘절수박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회사가 자리를 잡자 공부에 매달려 2003~2004년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회사 경영과 대학 공부,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수업을 하루 6∼7시간씩 매주 2, 3일에 몰아 강행군을 했다.

첫 학기 경영수학에서 F학점을 받아 계절학기 수업을 받아야 할 때는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받은 적도 많았다”고 했다. 원어 수업을 듣기 위해 가정교사를 초빙해 영어 공부에 매달리기도 했다.

자녀들 또래의 학우들과 교수들 사이에서 ‘사장님’으로 불려 결석을 하기도 어려웠다. 빈자리가 금방 눈에 띄기 때문이었다. ‘사장님’답게 어려운 학우를 위해서는 장학금을 내놓고 학과 모임 등에서는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젊은이들과 호흡하며 알게 된 새로운 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응용하기도 했다. 덕분에 2004년 152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는 186억원으로 늘었다. 순이익도 30억원에서 50억원이 됐다.

자수성가의 삶을 일궈 온 그는 봉사와 나눔에도 늘 관심을 기울여 왔다. 99년부터는 1만원짜리 부속품 하나를 팔 때마다 50원씩 적립하고 회사 이익금의 1%를 떼 사회복지시설에 내놓고 있다. 2000년부터 6명의 심장병 수술비를 지원했으며 불우이웃 돕기 성금도 매년 수천만원씩 기탁하고 있다.

송 사장은 “입학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은 것은 학교와 학우들 덕분”이라며 “회사를 훌륭한 기업으로 키워 사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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