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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뒤엔 남산, 앞엔 한강‘럭셔리 임대’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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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서울 한남동 옛 단국대 터에서 분양되는 ‘한남더힐’은 국내 최고가 임대아파트로 관심을 끌고 있다. 남산 자락의 뛰어난 입지여건에 쾌적한 주거환경, 편리한 도심 접근성 등을 갖춰 오래전부터 고급 주택단지로 여겨진 곳이다.

금호건설이 3~12층으로 짓는 이 단지는 87∼332㎡짜리 600가구로 이뤄진다. 이번에는 215~332㎡ 467가구만 나오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전용 60㎡ 이하 20% 이상)에 따라 지어지는 87㎡ 133가구는 내년 하반기 분양된다. 16~17일 이틀간 청약 신청을 받는데 만 20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가입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청약금은 3000만~4000만원이다.

임대의무 기간인 5년간 세들어 살다 분양받을 수 있다. 입주자와 시행사(한스자람)가 합의해 입주 2년6개월 후에 앞당겨 분양 전환할 수도 있다. 분양 전환가격은 임차인과 시행사가 각각 선정한 감정평가법인이 주변 시세를 고려해 책정한 감정가를 평균해 결정된다.

한남더힐은 용적률(땅 면적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 비율)이 120%로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게 장점이다. 단지 내 조경 비율도 35.1%로 높은 편이다. 입지여건은 나무랄 데 없고 일부 층에서는 한강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비싼 임대료가 분양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임대보증금은 3.3㎡당 평균 2350만원 선. 면적이 가장 큰 332㎡(복층 펜트하우스)는 보증금만 25억2000만원이다. 월 임대료도 3.3㎡당 3만6000원으로 입주자들은 매달 239만~429만원을 내야 한다. 분양 물량 중 면적이 가장 작은 215㎡도 보증금이 14억원이다. 강남의 웬만한 대형 아파트 매매 값이다.


고급 주상복합단지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224㎡ 월세는 로열층 기준으로 보증금 2억원에 월 350만~380만원 선이다. 이 단지 전세금은 9억~9억5000만원 선으로 한남더힐 215㎡에 훨씬 못 미친다. 한남동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하이페리온1차 233㎡도 보증금 10억원에 월 250만원만 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한남동 H공인 관계자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양전환 때 받을 돈을 줄이더라도 일단 임대 보증금부터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건설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돼 금융비용이 늘어난 데다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임대료를 정했다”며 “시장 침체에도 고급 임대 수요층은 여전하므로 분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전환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청약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한남동 R공인 관계자는 “의무 임대기간 이후 분양으로 전환될 때 분양 가격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분양 받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분양전환 때 입주자가 임대보증금 외에 추가로 부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입지 여건이 좋은 데다 최고급 주택단지로 지어져 분양전환 후 시세가 강남권 인기 지역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초 고급 분양 주택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었지만 시행사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임대 후 분양 전환으로 공급 방식을 바꿨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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