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취약 분야 극복 이렇게 上] 면접·논술, 실전 같은 연습 덕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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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과 논술은 상위권 대입에서 여전히 중요한 전형요소다. 자신의 취약 분야를 보완해 성공적으로 대학에 합격한 최성현·박현 군 (왼쪽부터). [황정옥 기자]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합격을 위해서는 내신과 면접·논술 등 다른 전형요소도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최성현(19·명지외고 졸)·박현(18·구정고 3)군은 모두 자신의 취약 분야인 면접·논술을 보완해 올해 서울대 정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이들은 “자신의 취약점을 깨닫고 보강하는 것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면접 탈락을 극복하고 재도전해 합격하다

지난해 면접으로 고배를 마신 최군은 자신의 취약점을 보강해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최군은 “지난해엔 면접 평가기준을 잘못 이해한 게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면접은 수학·영어로 구성된 문제를 1시간 동안 미리 풀고 면접장에서 10분 동안 답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최군은 답만 맞히면 되는 형식적 면접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면접 때 발표요령이나 주의사항을 익히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면접은 자신의 생각과 달랐다. 근거를 제시하는 논리력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수학 문제의 답을 말하자 교수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른 방향에서 풀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최군은 “답이 틀렸다는 신호였는데 눈치채지 못했다”며 “왜 그렇게 풀었는지 내 입장만 되풀이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영어도 교수의 질문은 최군의 예상과 달랐다. 답만 짧게 얘기하는 최군에게 교수는 근거를 물었다. 최군은 “단순히 나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대답했다”며 “정답을 찾는 데 급급해 근거를 모색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면접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자 최군은 당황했고, 기본적인 실수를 여러 차례 했다. “교수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고, 말이 막힐 땐 침묵으로 일관했어요. ‘음, 그러니까…’처럼 불필요한 말도 반복했고요.” 교수와의 대화로 실마리를 얻어 문제를 풀려 하기보다 내 대답만 한 점도 마음에 걸렸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최군은 올해 면접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본격적으로 대비에 들어갔다. 수학은 입으로 풀이과정을 설명하는 훈련을 했다. 내가 이해해야 남도 내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풀다가 막힌 문제는 해설을 보고 이해한 후 다시 입으로 말해 보는 연습을 반복했다. 다시 찾은 면접장에서 최군은 수학 두 문제를 풀지 못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문제를 풀다가 막히게 된 중간과정까지 간단하게 설명한 후 “힌트를 주시면 다시 풀어보겠다”고 요청했다. 교수님이 제시하는 해결 방향으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갔다. 그는 “결국 답은 틀렸지만 교수님의 반응은 좋았다”며 “풀이과정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 좋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는 정답을 말할 때 근거를 덧붙이는 연습을 했다. 최군은 “두괄식으로 정답을 먼저 말한 후 짧게 근거를 덧붙이는 연습을 했다”며 “근거 속에 제시문의 핵심 단어를 넣어 말하면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시문의 핵심 키워드를 정확히 언급하자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는 습관도 고쳤다. “생각할 때 허공을 보지 않고 차라리 고개를 숙여 손에 든 연습장을 봤어요.” 면접장에 들어가고 나가는 자세, 끝말을 흐리는 습관도 고쳤다.

최군은 “교수님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당당한 자세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배우려는 자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가점수 ‘하’였던 논술을 정복하다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부 정시 전형에 합격한 박군도 최하 평가를 받았던 논술 실력을 키워 성공한 사례다. 개요짜기와 글쓰기 연습에 이어 문제 분석 능력까지 키운 것이 합격의 원동력이었다.

박군은 고교입학 이후 수능과 내신 공부에 전력을 기울인 덕분에 수능과 내신 성적은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였다. 그러나 논술 실력은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박군은 "고2 겨울방학때 처음 논술공부를 시작했는데 제시문이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군은 이후 6개월간 매주 일요일 4시간씩 논술공부에 시간을 투자했다. 박군은 “처음엔 개요 작성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며 “제한 시간 내에 글 쓰는 연습을 반복하니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6월에 치른 고려대 모의논술고사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 그는 “고대 논술은 요약형과 수리문제가 있어 더욱 자신 있게 풀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논술을 정복했다고 믿었던 박군은 서울대 논술시험 한 달 전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서울대 준비생들끼리 치른 전국 모의논술고사에서 ‘하’의 평가를 받은 것. 의외의 결과였다. 평가서에는 ‘논점이 벗어났다, 식상하다,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군은 “국가 분쟁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는 논제에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만 했다”며 “창의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장 구성이 좋아도 소용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군은 단순하게 제시문에 대한 개요 짜기와 글쓰기 연습에만 치중한 게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창의적인 사고력을 중시하는 서울대형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했던 것. “정작 스스로 제시문을 분석하는 연습이 부족했어요. 글 쓰는 속도는 빨랐지만 내용이 없었죠.”

이후 박군은 논술고사와 유사한 시험을 매일 치렀다. 오후에는 해설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답안지와 다른 점을 분석했다. 분석된 자료를 이용해 새로운 방향으로 다시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논술고사 당일, ‘삶의 다양성’이란 주제를 보는 순간 박군은 그동안 다양성에 대해 썼던 글이 생각났다. 글에서 생각이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았던 부분, 다른 방향으로 분석했던 사례들을 떠올리며 답안을 구성했다. 박군은 “배경지식이 부족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논술은 글쓰기 기술과 문제 분석 능력 양쪽 모두를 연습해야 좋은 답안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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