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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울지역 외고입시 대비 이렇게- 전문가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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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 문상은 ㈜정상JLS 입시전략연구소장, 김영임 월촌중 교사, 최용규 불암중 교사 (왼쪽부터)

2010학년도 서울 지역 외고 입시 전형안이 발표됐다. 서울 지역 외고들은 올해 내신성적 반영 비율을 전반적으로 올렸다. 이는 3월에 선정될 자율형 사립고와 상위권 학생 유치를 놓고 무한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내신성적 반영 비율이 표면 적으로 50%를 상회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반응이 많다. 내신성적 반영 등급 간 점수 차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어 한두 개 구술면접 문제에 올인하는 모습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공·사교육 전문가들이 중앙일보 세미나실에 모여 ‘올해 외고 입시 전형안, 어떻게 보고 대처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가장 많은 특목고 합격생을 배출한 월촌중 김영임(48) 교사와 불암중 최용규(47) 교사, ㈜정상JLS 입시전략연구소 문상은(32) 소장, ㈜하늘교육 임성호(39) 기획 이사가 참석했다.

내신 반영률 상승? 잘 따져봐야

임성호(이하 임):내신성적 반영률 상승은 자세히 따져보면 맞지 않는 얘기다. 등급 간 점수 차 때문이다. 대원외고의 경우 내신 상위 10%의 점수 차가 불과 2.27점으로 지난해 5.38점보다 떨어졌다. 내신 영향력이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일외고도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명덕·이화·서울외고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며 한영외고만 유일하게 2.15점에서 2.97점으로 상승했다.

김영임(이하 김):내신성적은 학생의 성실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지난해 외고 합격자를 분석해 보니 결국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이 대부분 합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신 비중을 높인다는 발표만으로도 학교생활에 변화를 가져온다. 마음 같아서는 외고 전형일도 방학과 때를 맞춰 12월 20일 이후로 미루면 공교육 정상화에 더 큰 기여를 할 것 같다.

최용규(이하 최):학교생활에서는 내신 등급 간 점수 차가 크든 작든 그리 중요치 않다. 학생들에게는 1점이 아쉽다. 전체 반영률이 높아지면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진다. 실제로 내신 공부에 신경 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김지혁(이하 사회):3월에 선정될 자율형 사립고와 경쟁하기 위해 내신 반영률을 높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문상은(이하 문):분석 결과 실제로 내신 영향력은 지난해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다만 올해 자율형 사립고가 생기면 상대적으로 외고의 내신 반영률 상승은 큰 의미를 지닌다. 자율형 사립고가 이과, 외고는 문과 성향으로 나뉘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내신 반영률 상승은 계열에 상관없이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보면 된다.

사회:자율형 사립고가 외고 입시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는가.

임:외고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관심을 분산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특목고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이상 이런 학교를 많이 만들수록 내신 강화나 공교육 정상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기 유학이나 고비용 영어 학습 등이 줄고 사교육은 많이 완화될 것이다.

최:우선 자율형 사립고가 성공적으로 정착할지는 미지수다. 외고 열풍은 대학 진학률이 높고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점이 그 이유다. 자율형 사립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검증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외고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우리 학교는 총 700여 명 중 400명에 이르는 학생이 외고를 준비하고 있다. 설사 탈락한다 해도 그때까지 했던 공부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학교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 자율형 사립고가 생기면 당연히 외고 입시 과열 현상은 수그러들 것이다.


신설된 특별전형, 틈새를 찾아라

사회:지난해보다 특별전형 항목이 많아졌다. 특히 대원외고의 영어우수자 전형은 지난해 사교육 조장 등의 이유로 폐지됐는데 올해 다시 생겼다.

임:대원외고에서 영어우수자 전형을 신설해 80명의 학생을 뽑는다. 이는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의 전형이다. 학교 내신과 영어 평가 시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아주 혼란스러울 것이다. 대원 국제중이 만들어지면서 이 학생들을 흡수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 전형을 신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학생을 영어 실력에 따라 분류해 보면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내신성적도 상위권인 경우가 많다. 영어실력만으로 전 과목 상위권 학생을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목고가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학생을 모집하는 데서 오는 결과다. 설사 영어만 잘한다고 해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으로 이런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혀주고 있어 이런 유형의 특별전형은 계속 확대되리라 생각한다.

 김:현실적으로 중3 학생 중 외국 거주 경험 학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미 국제화된 사회에 걸맞은 이런 전형은 어느 정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대일외고의 회장·부회장 전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부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되려면 리더십은 필수 항목이 아닌가.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성적이 우수한 회장·부회장이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올해 외고 전형 전체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분야가 될 것 같다.

임:단계별 전형에도 주목해야 한다. 내신성적이 부족하더라도 영어 실력으로 만회 가능한 부분이 있다. 대일·명덕외고가 1단계에서 우선 선발하는 인원이 각각 55명, 24명인데 여기에는 내신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내신에 일단 올인해야

사회:그렇다면 올해 입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문:올해는 더 강력한 개별 맞춤형 입시 지도가 필요하다. 지난해는 3학년 1학기 마칠 때쯤 학교를 결정했지만 올해는 학기 시작부터 학교를 미리 정하고 그에 매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전통적으로 서울권 외고에 지망하는 학생은 영어 듣기 실력도 뛰어나다.

임:4월에 실시되는 첫 중간고사에 올인하는 것이 좋다. 외고를 염두에 둔 모든 학년이 마찬가지다. 국어·사회 과목은 영어 독해를 위한 배경지식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개인별 강·약점 파악이 급선무다. 내신 20%까진 도전해 볼 만하다. 내신 10~15% 사이의 경합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교마다 외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시킨 노하우는 무엇인지.

김:외고 준비생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면학 분위기 조성이 잘돼 있다. 경쟁적으로 공부한다. 거기엔 교사들의 열정도 한몫한다. 특히 시험철만 되면 문제 난이도 조절과 오류 최소화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교사들끼리 토론을 많이 하고 그 결과를 학생 지도에 그대로 반영한다.

최:주변의 교육환경도 큰 몫을 한다. 학원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자연스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내신성적 때문에 수업 참여도가 굉장히 높다. 공교육 기관에서는 사실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 학부모와 교사·학생이 서로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동기 부여를 해 준다.

사회:일선 학교에서도 학생 개인을 위한 맞춤 진학지도가 이뤄지는가.

최:외고 준비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사설학원을 통해 준비를 한다. 정보 수준도 높다. 다만 학교에서는 지금까지의 진학 통계 자료에 맞춰 현재 학생의 상황에서 합격 가능한 학교를 권해 준다. 그러나 맞춤형 진학 지도보다 학생들의 생활 습관, 학습 태도, 인성 교육 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외고 준비생 역차별은 곤란

사회:공·사교육 기관 관계자로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학생들 사이에 출석·봉사활동 마감 시한이 지나면 무단 결석을 해도 좋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어떤 학생들은 오전부터 학원 수업이 있으니 수업에 빠지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공교육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최:원칙과 양심을 지키는 교육도 중요하다. 지난해 내신 80%인 학생인데 외고 가능성이 있다며 준비를 시키는 학원을 봤다. 학생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처사다.

임:나는 그렇지 않다. (웃음) 평등 논리 때문에 외고 준비 중인 학생들이 역차별당하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학교에서도 진학 지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학생이 교사와 상담을 원하면 ‘학원 가서 알아봐라’ 식의 대답을 듣고 온다. 외고 홈페이지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는 정보들인데….

문:교육제도가 자주 바뀔수록 학원에 의존하게 된다. 정보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일관된 외고 입시정책을 위해서라도 일선 학교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학부모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후 학부모로부터 외고 준비생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무단 결석에 대한 건의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학교 교육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 서로 존중하는 자세다.

사회:기말고사 후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가 외고 준비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있다. 배려 차원에서 외고 준비생을 위한 특별반 수업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나.

김:정규 수업은 한 교실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일부 학생들을 위해 대다수의 학생과 상관없는 특별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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