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오염과 악취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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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말부터 1주일간 계속된 인천 (仁川) 의 악취소동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암성물질인 벤젠과 톨루엔등이 대기에서 다량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관계당국의 설명이지만 그 양이 주민이주가 검토되는 여천 (麗川) 의 4~7배에 달했다니 단순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냄새가 가신 후의 농도가 이 정도라면 시민들을 괴롭혔던 악취의 원인은 공장에서 내뿜는 이들 휘발성 유기화합물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천도 여천이나 울산 (蔚山) 과 마찬가지에 공단배출물에 의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출된 발암성물질의 양은 당국의 설명대로 걱정할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관계당국의 대응자세와 능력이다.

어떻게 며칠 동안 시민들이 악취에 시달릴 정도로 대기가 오염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전례도 있었다.

울산의 경우만 하더라도 매년 20~30차례씩 심한 악취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대비는커녕 악취소동이 있은 뒤에야 대기상태를 정밀 파악했으니 평소에는 뭘 했단 말인가.

더구나 인천시와 환경부는 이들 유해물질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차제에 인천뿐 아니라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전국의 공장에 대해 정밀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오염방지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또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 혹은 생산설비가 노후해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예는 없는지 이 기회에 종합적인 점검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꾸준한 감시체계를 작동시켜야 한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의 윤리의식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오염의 상당부분은 기술적 원인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업체측의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공장측의 자각이 없으면 대기오염방지와 개선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국내 몇몇 도시의 대기오염 수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지금 당장 달라지지 않으면 악취가 아니라 생활이 위협받는 위기가 닥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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