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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필리핀으로 헤쳐 모여

중앙일보

입력


방과후에도 기숙사에 상주하는 원어민 선생님이 그룹별로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한다.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ang.co.kr

 북미지역 조기유학 시장이 급속도로 오그라들고 있다. 경기침체 및 고환율이라는 이중고에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해외유학을 포기하고 있는 것. 미국·캐나다 유학업체의 경우 전년 대비 50%에도 못 미치는 모집실적을 올렸다. 아예 모집 자체를 포기하는 업체들도 생겨날정도다. 반면 필리핀 유학은 반사이익까지 곁들여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국내 한 언론사가 주관한 ‘필리핀 11주 영어캠프’는 지난해 300명 모집을 마감했고 영어 전문학원 아발론이 주관한 캠프 역시 400명 모집을 조기마감하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다.

 왜 필리핀인가?
필리핀 유학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비용.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절반 수준이다. 또 대부분의 경우 우리돈으로 비용결제가 가능해 환율이 올라도 추가부담이 없어 피부에 와닿는 절감효과는 더욱 크다. 또 다른 강점은 유학 이후의 눈에 띄는 효과다.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하루 3~4시간 방과 후 수업을 받는 북미유학에 비해 필리핀에선 1:1 수업을 포함,
하루 10시간 정도 집중 영어수업을 받는다. 시설이나 교육환경 또한 북미지역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 낡은 주거시설, 제대로 된 영어교재 한 권 없는 교육 프로그램, 엉터리 영어발음 등 ‘싼게 비지떡’이란 오명을 쓰던 과거에 비하면 가히 괄목상대라 할 만하다.

 유명 학원·어학원들 본격 시장 공략
 필리핀 유학의 위상이 달라진 배경엔 대형 입시학원·어학원이 있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상황과 맞물려 필리핀 유학을 주력상품으로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영세형 유학을 탈피, 기업형 관리유학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는 특목고·국제중 입시학원으로 유명한 페르마. 2005년 모집을 시작해 현재 8기까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130명이 참가할 만큼 인기가 높다. 필리핀 최고의 부촌인 알라방 지역에 300평이 넘는 현대식 대형 기숙사를 운영하고 매일 한식을 제공하고 있다. 1:1수업, 1:4 토론수업, 입시 대비 TOEFL 수업을 포함해 하루 11시간의 영어수업과 미국인 선생님의 발음지도 시간, 국내 복귀를 위한 매일 1시간의 수학수업 등 국내 입시학원 수준의 학업관리는 학부모들 사이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하태욱 대표는 “9개월의 유학을 마치고 복귀한 손하은(예비 초6)양이 청담어학원의 최고 레벨인 알바트로스반에 입학하는 등 학생 대부분이 유학 후 명문영어학원의 최상위반에 입학하는 탁월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페르마 유학은 올해부터 온라인 입시학원인 클래스온으로 이름을 바꾸고 온라인을 활용한 사전·사후 교육 및 현지에서의 국내 교과목 수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어전문학원인 아발론도 지난해 필리핀 관리형 유학을 선보였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9개월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국내와 동일한 교재를 사용하고, 3개월의 ESL 과정을 거친 후 6개월 간 MGIS 필리핀 현지학교 수업을 듣는 것으로 구성 돼 있다.

 캐나다 유학 전문인 최선어학원도 필리핀 일로일로 지역의 10개월 조기유학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지 사립학교 스쿨링을 기본으로 현지 호텔에서 생활하는 프로그램이다.  

 필리핀 유학이 인기를 끌면서 장기유학생 유치를 위해 한국식 교육을 접목한 국제학교인 AIS가 지난해 문을 열기도 했다. 장기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영어교육 및 조기유학에 대한 관심은 변함 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클래스온의 김주원 대표는 “비용과 교육 효과를 꼼꼼히 따지는 학부모가 늘어날수록 조기유학 최적지로서 필리핀의 인기는 더
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유학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의 경쟁이 막바지 겨울을 녹이고 있다.


프리미엄 박진용·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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