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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축구대표 유니폼 상의에 감독 이름‘다에이’새긴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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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DAEI(다에이)’ 로고(점선)를 새긴 이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카림 바게리.[중앙포토]

 이란 축구대표 선수들의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는 자신들을 지도하는 알리 다에이(40) 감독의 이름이 새겨 있다. 이란 대표팀은 다에이 감독이 설립한 스포츠 의류·용품업체 다에이 스포츠웨어&이큅먼트사(DSE)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에이(DAEI)라고 적힌 물결 무늬의 브랜드 마크에는 현역 시절 A매치 149경기 출장에 109골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국가 영웅 다에이 감독의 자부심이 묻어 있다. 다에이 감독은 1996년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이란에 2-6으로 완패할 당시 4골을 넣어 한국팬들을 경악시킨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였다.

DSE는 2004년부터 1년6개월간 이란 대표팀을 후원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다시 이란팀 스폰서를 맡고 있다. 다에이 감독은 마지막 대표선수 시절이던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유니폼을 입고 뛰기도 했다. 그를 ‘이란의 리닝’으로 부르는 까닭이다. 1980년대 중국의 체조 영웅이었던 리닝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용품 업체를 만들어 현재 중국 내 스포츠 브랜드 중 선두를 지키고 있다. DSE는 이란 프로리그의 양강으로 꼽히는 페르세폴리스와 에스테그랄 클럽을 후원하며 자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에이 감독의 ‘외도’는 이뿐 아니다. 그는 선수 시절의 마지막을 보냈고 감독으로 데뷔했던 사이파 FC의 모기업 사이파자동차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란의 명문 샤리프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의 머리에는 항상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맴돈다. 축구보다는 사업에 치중한다는 일부 비난에 그는 “24시간 축구를 생각할 수는 없다. 축구 선수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내가 공학도 출신이란 사실을 잊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일축했다.

이란 파스통신의 알리 카제 기자는 “다에이 감독이 넣은 104골 중 상당수는 영리한 머리로 만들어냈다. 이란 팬들이 ‘감독 다에이’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테헤란=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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