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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요술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아빠, 사주세요!" "엄마, 오늘 사준다고 했잖아요. " 며칠째 계속되는 다섯살짜리 딸아이의 투정이다.

아이가 잊어버리지도 않고 사달라고 조르는 것은 만화 주인공이 갖고 있는 '요술봉' 이다.

칭얼거리는 딸에게 당장 사줄까 싶다가도 일본만화 주인공이 인기를 끌 때마다 이를 모방한 장난감을 쏟아내는 상술이 못마땅했고, 또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납득되지 않아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사주지 않았다.

보채는 딸에게 남편은 "아빠가 멋지게 만들어 줄게" 하고 말했다.

갑작스런 아빠의 제안에 딸은 어리둥절해하면서 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본다.

얼른 "아빠가 고장난 인형 유모차와 선풍기를 고쳤잖니. 뭐든지 잘 만들 수 있어" 라고 거들었더니 이내 만들어달라고 아양을 떤다.

남편과 딸은 문방구에 가서 분홍색종이.형광 테이프등을 사가지고 와 요술봉 만들기를 시작했다.

다 사용한 랩심을 이용해 요술봉 골격을 만들고 여기에 색종이.리본 테이프등을 이리저리 모양있게 붙인 후 고장난 장난감에서 떼낸 방울을 철사로 잘 감아 완성시켰다.

만화 주인공 얼굴이 새겨진 큰 스티커를 중앙에 붙이고 '진짜 요술봉' 이라 말했더니 딸이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이것을 잠깐 가지고 놀던 딸은 "엄마, 왜 반짝반짝 불이 안들어와" 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는 "친구들의 요술봉은 불만 들어오지만 네가 가진 요술봉은 이렇게 큰 스티커가 있잖아. 세상에서 하나뿐인 스티커 요술봉이야"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정말 그렇구나" 하면서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딸아이는 어젯밤에도 이를 자기품에 안고 자더니 오늘은 유치원에 가는 길에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를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 엄마가 두툼하게 짜주셨던 '스웨터' 와 굵은 콩이 듬성듬성 박혀 있던 '맛있는 빵' 이 생각났다.

또 책상등을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손질해 주셨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도 잊혀지질 않는다.

우리 아이가 맑고 순진한 마음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길 빈다.

<정수연,서울 강동구 명일동〉<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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