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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관장 선임 앞둔 국립현대미술관 10大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문화체육부가 고민에 빠진듯하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임영방 前관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지난달말. 그러나 문화체육부는 후임 관장결정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곳. 새 미술관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체육부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길은 없으나 미술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조건과 상황이라면 누가 그자리를 맡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새관장 선임발표에 앞서 국립현대미술관이 바람직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요구되는 과제를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10개항으로 정리, 소개한다. <편집자>

미술계가 바라는 것은 우선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기관에 걸맞는 관장의 직급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직급은 2급.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급인데 비하면 대외적으로 한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할 상징성과 권위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운영에도 대폭 자율성을 부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체육부의 산하기관이기는 하지만 현대미술이란 전문 영역을 대표하는만큼 그에 상응하는 재량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번째는 국립현대미술관을 학예실 중심으로 재편하라는 요구다.

현재처럼 사무국의 목소리가 학예실보다 더 큰 현실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료적 운영에 치우칠수 밖에 없다는 것. 학예실 중심의 운영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학예실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문이 뒤따른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낮은 보수에 업무권한 마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미술관을 떠나는 경우가 잦다.

실력과 경험을 갖춘 큐레이터들이 업무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터 직무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큐레이터의 선발에도 엄격한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섯째는 미술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문.심의위원회가 제기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작품수집심의위원회.전시기획위원회등이 마련돼 있으나 명실상부한 역할과 기능에는 못미치는 실정. 미술관운영의 감시기능과 외부의견의 전달루트로서 위원회가 활용되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관장의 업무분담을 위해 이들 위원회를 관할하는 부관장제도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있다.

여섯째는 예산부족만을 탓하기에 앞서 기금모금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외국의 경우 미술관장의 주요한 업무중 하나가 재력있는 인사나 기업을 찾아가 후원금을 거두는 일이다.

적은 예산의 효과적 활용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재원을 외부에서 끌어들여 미술관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소홀히 할수 없다는 건의다.

일곱째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사회교육.평생교육의 현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어린이.노인.지역사회등 교육대상을 세분화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외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에 자리잡으면서부터 문제가 돼온 진입로 확보문제가 있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서는 갈 수없는 미술관이라면 제아무리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미술관' 을 표방하더라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내에 분관이 반드시 마련되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또 작은 개선안으로 전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분할돼 감상자들에게 삭막한 느낌을 준다는 것. 가족이 함께 즐기는 휴식공간으로서의 미술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식당이나 스낵코너도 품위있게 개선되야 한다는 지적도 미술관의 과제로서 거론하는 미술계인사들이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자문에 응해주신 분 : 김영중 (조각가) 송미숙 (성신여대교수) 오광수 (환기미술관장) 유홍준 (영남대교수) 이용우 (고려대교수) 이주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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