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페루 석유회사 사들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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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를 들여 남미 페루의 민간 석유회사를 인수했다. 석유공사는 콜롬비아의 석유업체 에코페트롤과 공동으로 페루의 페트로텍을 인수했다고 6일 발표했다. 석유공사와 에코페트롤이 각각 4억5000만 달러를 내 지분 50%씩을 사들였다. 석유공사는 그간 개별 유전·가스전을 사들이기는 했으나, 외국 에너지 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업체 골든오일이 캐나다의 소규모 석유회사 쿠트니를 1544만 캐나다 달러(약 170억원)에 산 적이 있다.

페트로텍은 페루 앞바다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매장량 1억5000만 배럴짜리 유전 한 곳과 원유·천연가스가 묻혔는지 찾고 있는 해상 탐사 유전 10곳을 갖고 있다. 탐사 유전에는 원유와 가스 6억9000만 배럴이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매장량 8억4000만 배럴은 우리나라가 1년간 수입하는 양이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페트로텍이 생산하는 원유·가스를 공동 인수사인 에코페트롤과 절반씩 나눈다. 현재는 원유와 가스를 합쳐 하루 2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 몫인 1만 배럴은 국내 하루 소비량의 약 0.4%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은 “에너지뿐 아니라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생산 경험이 있는 인력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페트로텍의 경영진 6명은 공동 인수한 두 회사가 각각 3명씩 임명한다. 사장은 석유공사가 선임하기로 했다. 인수 대금은 전부 해외 금융회사에서 빌렸다. 국내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해외에서 차입했다고 석유공사는 설명했다. 석유공사가 페트로텍을 인수함으로써 해상 원유 시추 시설 등을 국내 조선사가 공급할 가능성이 커졌다. 석유공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하루 원유·가스 20만 배럴을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량으로 따져 이번에 사들인 페트로텍의 10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9600억원을 석유공사에 출자한 데 이어 올해 약 6000억원을 추가 출자해 자금력을 키우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또 석유 회사를 인수해 얻을 유전의 매장량을 담보로 해외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인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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