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강자 노리는 롯데, 일본 아사히와 손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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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최대 맥주업체인 아사히맥주가 한국의 롯데그룹과 손잡고 OB맥주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실제 성사될 경우 일본 자본이 국내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벨기에의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I) 소유인 OB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2위 업체. 1위 업체인 하이트와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롯데가 ABI로부터 OB맥주를 인수한 뒤 아사히맥주가 출자하는 2단계 인수 방식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이 사가는 것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해 출자 비율은 20~30%가량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OB맥주가 외국자본 소유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맥주 브랜드의 인수에 일본 자본이 참여할 경우 소비자의 거부감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본의 국내 술 시장 참여는 설만으로도 민감한 반응을 낳곤 했다. 진로는 두산과 소주 경쟁을 벌이던 2006년 ‘진로에 일본 자본이 들어와 있다’는 헛소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때때로 불거지는 ‘흑색 선전’을 막기 위해 진로는 자사의 소주 ‘참이슬’ 뒷면에 하이트맥주·군인공제회 등 주주 현황과 보유 지분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 일본 자본이 없는 기업이라는 점을 알리려는 것이다.

롯데와 아사히맥주는 OB맥주 공동 인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롯데 관계자는 이날 “OB맥주 인수에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이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맥주 대변인도 “현 시점에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럼에도 국내 주류업체들은 롯데의 OB맥주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자금 확보를 위해 일본 자본과 손잡는 방안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사히맥주는 현재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슈퍼드라이 맥주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ABI 측은 이달 중 OB맥주 매각을 위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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