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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역 '정치인 인질' 살해 충격 -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 소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스페인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의 무모한 납치 살해사건이 스페인 전역을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다.

바스크지역의 분리독립 투쟁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 (ETA)' 는 지난 10일 납치했던 바스크북부 에르무아시의 집권 국민당소속 시의원인 미구엘 블랑코 가리도 (29) 를 이틀만인 12일 오후 머리에 총격을 가해 처참히 살해했다.

ETA는 가리도를 납치한 직후 정부에 대해 ETA 투옥동료 5백여명을 12일 오후4시까지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는데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최후 통첩시간에 맞춰 그를 살해한 것이다.

가리도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바스크지역 빌바오를 비롯한 수도 마드리드.바르셀로나.브루고스.산타크루스등 스페인 전역 주요도시에선 연일 수만명씩의 시민들이 운집, ETA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3일 "ETA의 소행은 야만적인 행위" 라고 비난했다.

지난 59년 결성된 ETA는 이제껏 77번의 인질극을 벌여 무려 8백여명을 살해했는데 이번 인질살해는 지난 83년 군장성 살해 이후 14년만이다.

한동안 조용했던 ETA가 이번에 다시 과격행동을 서슴지 않은 것은 지난해 총선이후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자 이를 반전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도 우파 국민당정부는 지난해 총선 승리이후 ETA등 강경분리주의 단체의 테러는 철저히 응징하는 한편 바스크국민당등 온건자치주의자들과는 제휴해 과격분리운동을 효과적으로 압박해 왔다.

바스크족은 스페인북부에 약 2백50만명이 살고 있다.

현재 자치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일부 세력은 완전독립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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