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M&A서배운다>12. 끝. 보잉의 맥도널 더글라스 인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미국과 일본이 가끔 무역마찰로 티격태격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EU) 이 한판 승부를 겨룬다면 누가 이길까.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발표된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 (MD) 의 합병을 둘러싸고 양측의 신경이 날카롭다.

이 합병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EU의 공식입장 표명이 23일께 있을 예정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합병후의 보잉은 20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연매출 4백80억달러 (43조원) 를 올리는 거대기업중 거대기업이 된다.

필립 콘디트 보잉회장은 합병을 발표하면서 "항공우주분야의 역사적 순간" 이라고 자찬 (自讚) 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항공기제작 및 방위산업계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미 방산업계 1위 (동시에 세계 1위) 인 록히드 마틴은 즉각 3위 노드롭 그루먼과의 합병으로 맞섰다.

록히드 마틴은 록히드에 마틴 마리에타와 로럴을 합친 것으로 노드롭이 가세할 경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방산업체의 거인이 된다.

이런 적극적 대응은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방향과 무관치 않다.

60%나 줄어든 국방예산으론 "군도 다운사이징할 수 밖에 없다" 는 것이 펜타곤의 입장이다.

"비용 불문하고 좋은' 무기가 아니라 '비용이 싸면서 효율적인' 무기를 만들자면 업체간 연구개발의 중복을 피해야 하고 합병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완화하고 자발적인 합병을 유도한 것이 주효해 대량 실직.혁신의욕의 감퇴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개가 넘던 대형업체들이 단 3개로 소리없이 정리됐다.

게다가 보잉은 MD의 인수로 방산부문에서 상승 (相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방부의 차세대전투기 사업체로 록히드와 함께 선정됨으로서 MD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유럽 4개국이 합작한 에어버스의 처지는 다르다.

에어버스가 보잉과 맞싸우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단일회사로 변신, '저비용' 을 달성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수년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하튼 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상대로 7월1일 합병을 승인했으나 EU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U는 "합병이 보잉의 현 우월적지위를 강화시킬 것" 으로 단정하고 보잉이 합병조건을 적절히 수정하지 않을 경우 '불법' 으로 간주 매출의 10% (약 5억달러)에 해당하는 벌금을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다 건너에 있는 두 기업의 합병을 가타부타할 법적지위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더구나 벌금을 매겨도 집행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결국 실익이 없으면서 자칫 감정만 건드리고 최악의 경우 워싱턴과 무역전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이 합병으로 보잉의 민간항공기제작이 국방예산지출의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을 입증한다면 에어버스에 대한 각국정부의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는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지 모른다.

EU가 최종입장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하다.

권성철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