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호텔 화재 신원 못밝힌 1구 한국인 추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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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은영아…. "

12일 밤 늦게 사고소식을 듣고 태국의 휴양지인 파타야 로열 좀티엔 리조트호텔 화재현장으로 달려온 사망자 김은영 (24.인천) 씨의 어머니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신부 은영씨를 잃은 남편 최모씨도 "옷 갈아입으러 잠시 방에 갔다 오겠다더니…" 라면서 황소같은 울음만을 토해낼 뿐이었다.

◇화재현장 =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너무나 참혹했다.

한국인 3명을 포함, 13일 오전 현재 90명의 목숨을 앗아간 로열 좀티엔 호텔의 화재현장은 마치 거대한 불기둥이 건물을 집어삼킨 모습이었다.

16층에 객실이 4백개나 되는 큰 호텔인 로열 좀티엔 호텔은 오른쪽 1층에 있던 라이언 커피숍에서 7~8개의 가스통이 연쇄 폭발한 뒤 바닷바람을 받아 급속히 번지는바람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호텔서 2㎞가량 떨어진 부다 가딩 퉁 사찰에는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0여구의 시신이 임시 관속에 넣어져 여기저기 방치된채 연고자들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상태다.

이중에는 사지와 얼굴 일부가 불에 타 신원을 확인하기 매우 힘든 한 남성 시체가 있는데 착용한 상의가 한국관광객들이 잘 입는 필라 상표라 한국인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문제점 = 이번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수칙 마저 무시한 호텔측과 평소 대형 사고에 대한 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파타야 시당국에 책임이 크다.

로열 좀티엔 호텔은 대형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화재예방.수습이 영점에 가까웠다.

특히 긴급상태에 대비키 위한 통로인 비상구를 숙박비를 내지 않고 달아나는 투숙객들을 막는다는 구실로 모두 잠가놓는 바람에 엄청난 인명피해가 초래됐다.

◇피해자 보상 = 파타야 시당국의 사고대책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태국인 사망자들의 경우엔 1인당 5만2천바트 (약1백56만원)가 지급된다.

정부에서 1만2천바트, 호텔측 3만바트, 적십자사 5천바트, 구호단체의 5천바트를 합친 금액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겐 태국 정부에서 지급하는게 없어 1인당 잘 해야 3만~4만바트 (약 90만~1백20만원) 밖에 배상받을 수 없다.

방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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