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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은 영원한 'ET' 상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20세기초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외계인 후보 1순위는 화성인이었다.

19세기 천문학자들은 화성의 붉은 표면 위,군데군데 보이는 푸른 얼룩들을 바다나 식물 경작지로 간주했다.또 하얀 캡이 덮여 있는 극(極)지대-.계절에 따라 모습이 변하곤 하여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 얼었다 하는 것처럼 보였다.

화성에 대한 관심은 문학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특히 달의 생물체 존재 가능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외계인의 존재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화성으로 쏠렸다.이때 발표된 몇몇 SF들은 화성을 외계 지성인의 고향으로 삼고 그들의 사랑.모험,심지어 우주정치학까지 묘사했다.

당시 SF중 가장 유명한 것은 1898년 영국의 작가 H G 웰스가 발표한'우주전쟁'.이 소설은 오늘날까지도 화성과 관련된 문학적 이미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우주전쟁'의 화성인들은 자원이 고갈되자 지구를 침공하는데 웰스는 그들의 침략을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한'문명간 약육강식'과정으로 설정했다.

미국에서는 1912년부터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바숨'(Barsoom)시리즈가 발표되기 시작했다.그 첫번째 작품인'화성의 공주'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 시리즈는 그후 30년동안 도합 11편까지 이어졌다.존 카터라는 평범한 미국인이 화성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는 이 소설은 일종의'스페이스 오페라'로서 과학적인 묘사와는 거리가 먼 신화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바숨'은 화성인들이 지구를 일컫는 말이다.

화성을 다룬 또 하나의 주목할 작품은 영국 작가 C S 루이스가 1938년 발표한'침묵의 행성을 떠나'다.작가의 신학적 세계관이 반영된 환상소설 3부작중 하나인 이 작품에서 화성은 다윈적 생존법칙이 아닌 기독교적 윤리에 입각한 생태계로 묘사된다.

1950년에 발표된 레이 브래드베리의'화성 연대기'에서 화성인들은 지구인에게 자신들의 땅을 잃고 만다.그들은 시공을 초월해 서로를 유령처럼 인식하며 접촉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성인들은 사라지고 대신 전쟁으로 고향별을 잃은 지구인들이 새로운 화성인이 된다.

1950년대를 전후해서는 할리우드에서 외계인의 침략을 다룬 SF 공포영화들이 번성했는데,그중 몇몇은'화성인'의 침략을 다루긴 했지만 화성과 관련해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보긴 힘들다.예를 들어'화성에서 온 침략자'(1953)는 당시의 미국 사회상을 반영한 수작으로 꼽히지만 이 영화에서 화성인은 적대적인 외계인의 한 보기로 선택되었을 따름이다.최근작인 팀 버튼 감독의'화성침공'역시 마찬가지다.

1953년에 웰스의 소설'우주전쟁'을 영화로 만들었던 바이런 해스킨은 1964년에'화성의 로빈슨 크루소'라는 영화를 감독했다.대니얼 디포의 유명한 원작소설을 SF로 만든 것으로,화성에 낙오한 지구인이 노예로 혹사당하는 외계인을 구출한다.이 영화는 불모의 화성 표면을 묘사하기 위해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캘리포니아의'죽음의 계곡'에서 촬영했다.

1976년에 바이킹호가 착륙한 뒤,화성에는 인공 운하도 경작지도 없으며 대기도 생명체가 호흡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이를 계기로 과학적 논리성을 따지는 SF에서는 더 이상 화성인의 존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그러나 여전히 외계인의 상징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으로서'화성인'은 지구인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최근 착륙한 패스파인더호가 화성 생명체의 숨소리를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박상준〈재 캐나다 SF해설가〉

<사진설명>

최신작 '화성침공' 에서 고도의 외계 지성으로 묘사된 화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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