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융단폭격 시나리오에 전율" 황장엽씨 회견 각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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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일 오전 황장엽(黃長燁) 전북한노동당비서의 귀순 기자회견을 지켜본 시민들은 한결같이 무력도발을 준비중인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그러나 기대했던'황장엽 리스트'의 실체나 가족들을 북한에 두고 망명한 경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이 없어 다소 실망하는 모습도 보였다. ◇교수.학생=연세대 정외과 김기정(金基正.41)교수는“주체사상의 대부격인 黃씨의 기자회견으로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본다.사회주의 실패를 몸소 겪은 黃씨의 체험을 평화적인 민족통일을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대학생 김민환(金敏煥.26.서울대4)씨는“黃씨가 노동당비서를 지낸 거물인데도 북한의 실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평소 귀순자 기자회견과 특별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귀순자=95년 10월 귀순한 전 인민군 상좌 최주활(崔主活.49) 북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黃씨의 기자회견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감상적인 통일관과 북한관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철저한 안보의식만이 평화통일의 지름길임을 가르쳐 줬다”고 밝혔다.

◇시민=박영호(朴永鎬.29.태평양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씨는 “호전적인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黃씨의 말에 공감하지만 기대했던'황장엽 리스트'의 실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부 최윤옥(崔允玉.38.경기도성남시분당구서현동)씨는“북침을 가장해 서울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뒤 부산까지 삽시간에 점령한다는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에 전율을 느꼈다”며“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사무총장 柳鍾星)은“이른바 황장엽리스트등 망명 과정에서 떠돌았던 소문들이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북한 최고위층 출신이 남침 위험성을 밝힌 것은 주의해야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장 李昌馥)은“황장엽씨의 북핵문제와 전쟁도발등에 대한 발언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남북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다.공안사건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黃씨의 이야기는 지배권력의 탄압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제원.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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