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유홍준 교수 '문화유산 답사기' 3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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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필가는'학삐리'(학필:學筆)와'딴따라'두 유형이 있다.이런 점에서 유홍준은'딴따라'에 가깝다.그러나 이 글쟁이의 이야기가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문학평론가 백낙청(서울대.영문학)교수가 사석에서 밝힌'유홍준론'이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영남대.미술사)교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두 권으로 온 나라에 문화유산 붐을 일으켰다.강원도 철원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그의 책을 길잡이 삼아 답사길에 올랐던 독자도 부지기수. 유교수가 3년여의 공백을 깨고 답사기 시리즈 제3권(창작과비평사刊)을 펴냈다.부제는'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시사월간'WIN'에 10개월간 연재됐던 글도 포함됐다.

유교수는“1권이 문화유산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갖게 하는데 중점을 둔 반면,2권은 깊이 있는 해석에 무게가 실려 다소 읽는 맛은 떨어졌다”며“3권은 문화의 생산자.소비자로서 곳곳에 묻어 있는 인간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집필의도를 밝혔다.예전과 변별되는 글쓰기에 상당히 고심했다는 것. 3권에 주로 담은 내용은 공주.부여 등의 백제문화,불국사로 대표되는 신라문화,안동의 양반문화,섬진강.지리산변의 산사(山寺)문화.4가지를 선정한 이유를 묻자“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나중에 쓰려고 일부러 남겨 놓았던 것들”이라고 답했다.

백제.신라.양반.산사의 미학에 대해 그가 내린 정의는 우리 고유 문화의 가치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특히 백제문화를 한마디로 규정하는 단어 찾기가 고민이었다고.해답은 김부식의'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나오는'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에서 찾았다.그리고 공주의 옛이름이 유래한 금강변 곰나루 이야기며 햇빛 방향에 따라 미소가 바뀌는 서산 마애삼존불상 등을 통해 백제의 고졸미(古拙美)를 맛깔스런 입심으로 풀어낸다.

신라문화의 결집체는 불국사.가람 배치부터 뒷간 용도로 사용됐던 석물(石物)까지 구석구석을 훑었다.“불국사는 성(聖)과 속(俗)이 융화되고 인공과 자연이 만난 조화적 이상미의 표본”이라고 제시한다.

전통문화가'기적적으로'보존된 북부 경북.안동 지방의 양반문화도 그가 꼽은 값진 유산.안동 봉정사.영주 부석사를 비롯해 차전놀이.하회탈춤.놋다리밟기 등 놀이문화까지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자연의 생김새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지리산 산자락의 구례 연곡사도 찾았다.

유교수는“답사기 3권을 마무리한 감회를 말해 달라”고 하자“소비.향락으로 흐르던 놀이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문화관광으로 돌린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사실 그의 답사기로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 행태가 바뀐 적도 있었다.지난해 서울중동고는 신라.백제.남도 문화권으로 나뉘어 답사를 떠나기도 했다.

또한“우리 문화에 대해 미술사적 시각뿐 아니라 국문학.한문학.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급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관련서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유교수는 이번에 언급되지 않은 경기.충북.제주는 물론 일본.만주에 있는 해외유산과 북한의 문화재에 대한 답사도 시도할 생각이다.오는 9월엔 대구 맹인협회와 해인사쪽으로 떠날 예정.“예불과 계곡 소리를 듣고 팔만대장경을 손수 만져보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홍수현 기자

<사진설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을 펴낸 유홍준 교수.우리 문화의 특질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소박하지만 다양한 표현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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