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김정일 남침 계획 구체화" 기자회견서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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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황장엽(黃長燁.74)전북한노동당비서는 10일 오전 서울내곡동 안기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북한의 전쟁준비는 상상을 초월하며 언젠가는 전면전 형태의 대남도발을 자행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경고했다.黃씨는 특히 안기부조사에서“김정일(金正日)은 92년 최고사령부 작전조와 함께 남침계획을 작성,당장 실천에 옮기려 했으나 김일성(金日成)의 만류로 보류됐다”고 진술했다. 기자회견과 함께 배포된 안기부 자료에 따르면 그는“94년 김일성 사후에는 십수만명의 특수부대원을 사전에 투입해 미사일기지.비행장등 주요시설을 타격하고 기동전을 통해 남한 전역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북한 특수부대원들에게 한국 군복을 입혀 북침을 가장한후 서울에 5~6분간 포격을 퍼부어 잿더미로 만들고 미군이 증원되기전 부산까지 점령한다”는 구체적인 전쟁 시나리오까지 공개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黃씨는 북한의 핵보유 문제에 대해“직접 확인한 일은 없지만 핵무기가 있다는 것은(북한내부에)상식화된 문제”라며“핵무기가 있다고 보고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그는 이른바'황장엽 리스트'에 대해서는“대남사업을 주관한 직책에 있지 않았지만 주워들은 얘기는 적지 않다”며“리스트라고 얘기할 것은 없지만 아는 한도내에서는 관계 당국자들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黃씨는“정확하게 확증돼야 할 문제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할 성격은 못된다”며 더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와 관련,엄익준(嚴翼駿)안기부3차장은“黃씨 진술내용과 당국의 정보자료를 토대로 대공수사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추적중”이라며“대공혐의가 밝혀지는 대상은 당연히 법적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黃씨는 김정일의 권력승계 문제에 언급,“올해안에 당중앙위 전원회의나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총비서직은 반드시 승계할 것이지만 국가주석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망명동기를“북한의 무력남침 위험성을 알리고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왔다”고 밝히고“북한을 버리고 남으로 온 것이나 북한이 나를 반역자로 비난하는 것은 무얼 의미하느냐”고 반문하고“사상전향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사진설명>

황장엽.김덕홍씨가 10일 오전 안기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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