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루돌프 리더 NASA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패서디나=김수길 특파원]과학자들은 순진한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바너클 빌(Barnacle Bill)'의 비밀-.“화성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친 행성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연신 싱글벙글인 루돌프 리더 박사는“소저너가 바너클 빌을 만난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라는 말을 몇번이나 거듭했다.

-화성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지구는 예컨대 화산 폭발로 지하의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와 굳은 암석이 지표가 뒤집히며 지하로 들어가 다시 녹고,또 다시 분출돼 나와 홍수를 맞고 다른 성분이 쌓이고 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현재의 표면을 갖췄다.반면 화성은 한두번의 변화가 있은 후 그 상태가 계속 유지돼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그러나 바너클 빌은 우리에게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주었다.화성에도 지구만큼은 아니지만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생물로 치면 그만큼'진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그렇다.화성은 어제까지의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진화된 행성이었다.” 리더 박사는 아무나 손 대지 못하도록 금지돼 있는 소저너의 모형에 거리낌 없이 다가가 이곳 저곳에 손을 댄다.그는 소저너가 바너클 빌의 성분을 분석한 기기인 APX를 직접 제작한 독일 과학자 팀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화성이 생각보다 훨씬'진화'된 행성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가.“마그네슘 대 실리콘,알루미늄 대 실리콘의 비율로 암석의 구성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지금까지 지구에 떨어진 12개의 화성 운석,바이킹이 분석한 화성흙의 성분과 이번에 나타난 바너클 빌의 성분은 뚜렷이 달랐다.암석속의 마그네슘 비율이 적으면 적을수록 행성의 지각 분화가 진전됐음을 의미하게 된다.왜냐하면 마그네슘은 마그마가 처음 분출될때 많이 포함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주는 그래프에는 지구의 암석들과 화성의 암석들이 어떻게 다른지가 좌표상의 점으로 표시돼 있었다(그림 참조). -그렇다면 화성에 생물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우리는 기대하거나 추측하지 않는다.다만 보고 분석할 뿐이다.” 그의 동료로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며 이번 APX 제작에도 참여한 요하네스 브뤼크너 박사는 바너클 빌의 성분을'화성의 지문'이라고 표현했다.

“인류가 최초로'화성의 지문'을 읽어 내기 시작한 날이 오늘이다.지금까지 화성 운석을 분석한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과학의 성취다.”

<사진설명>

루돌프 리더 박사가 캘리포니아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소저너의 실물크기 모형에 설치된 APX분석기기를 가리키며 그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패서디나=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