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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환자 자살에 동의 64% - 네덜란드 정신과의사 설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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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통없이 임종을 맞고 싶은 것은 죽음의 업(業)을 지고 태어난 인간의 공통된 소망.그러나 심한 신체적.정신적 질병은 눈부신 현대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채 고통속에서 죽음을 기다리게 한다.그렇다면 심한 고통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중 실제로 안락사나 의사의 도움 아래 자살을 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그리고 의사들은 이들을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세계적인 의학권위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최신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대 요한나 그뢰네우드교수(보건학)팀이 의사의 도움하에 죽기를 원하는 정신질환자들과 의사들의 인식을 조사한 논문을 실어 주목을 끈다.

네덜란드 정신과의사 5백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고자 한 정신과 환자를 경험한 의사는 전체 응답자의 37%인 2백5명이었으며 이중 12명은 실제 환자의 죽음을 도와준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이들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의사중 64%인 3백45명이 환자가 자살을 요청할 때 의사가 이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의사들이 환자의 자살요청을 거절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환자가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실제로 의사의 도움 아래 자살이 행해지는 상황의 대부분은 환자가 정신질환 뿐 아니라 신체질환도 말기상태인 상황이었다.

네덜란드는 지난 94년 대법원에서 신체적 질병이 없더라도 정도가 심한 정신질환자가 자살을 원할 경우 특별한 경우에 한해 자살을 도와준 의사의 의료행위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또한 해마다 9천7백명의 환자가 안락사나 의사 도움하에 자살하기를 원하며 이중 3%인 3백10명 정도는 정신질환자였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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