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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문화만한 외교수단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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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뒤탈 없고 효과 만점인 외교 수단이 문화다. 서울 주재 각국 대사관들이 해마다 특색있는 문화행사를 마련하는 이유다.

#美 전담 직원만 50여명

▶ 돈 큐 워싱턴 주한 공보참사관

주한 미국대사관의 문화외교는 뒷걸음치고 있는 인상이다. 미국은 한때 서울.부산.대구.광주에 문화원을 뒀다. 그러나 1996년부터 2년에 걸쳐 예산 부족과 안전 등을 이유로 이를 모두 폐쇄했다.

그러나 미 공보원의 돈 큐 워싱턴 공보참사관은 "부산과 대구에 '아메리칸 코너'라는 이름으로 21세기형 문화원을 개설했다"며 "우리 문화 외교는 오히려 전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공연 같은 문화행사는 미국 문화외교에서 뒷전이다. 오히려 한.미교육위원단(풀브라이트 재단)이 주관하는 교육과 인적 교류가 문화외교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대사관의 문화.공보 담당요원은 50여명. 주한 대사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일본도 문화교류 확대

일본의 문화외교는 2001년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가 설립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가요.공연 홍보 업무와 함께 도서관 운영, 학술 지원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주관한다. 서울문화센터의 직원은 일본인 8명을 포함해 모두 18명. 지난해 예산은 8억4000만원이었다. 하세가와 사토시(長谷川聰) 센터 부소장은 "한.일 정부는 내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하고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문화사업을 중심으로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최초의 중국문화원

중국대사관은 최근 내자동에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중국문화원을 개관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문화외교에 나섰다. 이는 중국이 아시아 국가에 세운 최초의 문화원이다. 주잉제(朱英杰) 초대 문화원장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중국어 강좌 등을 통해 중.한 양국의 문화교류를 꽃피우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국문화원에는 120석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관.시청각 교육실.도서관 등이 마련됐다.

#작지만 알차다

▶ 드니 코모 주한 캐나다 대사

캐나다대사관은 2001년 드니 코모 대사의 부임을 계기로 문화외교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목표는 '캐나다=다양한 문화국가'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 이를 위해 캐나다는 한국.캐나다 수교 40주년인 지난해 '캐나다 문화축제'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1년 내내 이어지면서 오페라 공연, 영화 상영 등 34개의 문화행사를 선보였다.

문화외교가 예산이 풍부한 국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매년 1월 26일 '호주의 날'행사를 열어온 호주대사관은 소규모 공연과 전시를 통해 활발한 문화외교를 펼치는 대표적인 나라다. 호주대사관은 어린이날과 방학에 맞춰 교보문고와 예술의전당 등에서 호주 아동도서전을 여는가 하면, 용인 한택식물원 내 '호주 온실'에 터치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호주 알리기에 열심이다.

이스라엘대사관에는 문화담당 외교관이 한명에 불과하지만 히브리어 강좌, 영화 상영, 도서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방글라데시도 문화외교에는 빠지지 않는다. 방글라데시대사관은 지난달 말 20명으로 구성된 방글라데시 전통 예술단을 초청해 국립국악원에서 공연을 했다. 마흐부 하산 살레히 1등서기관은 "우리 전통 공연에 500여명의 한국인 관객이 찾아와 박수를 보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문화교류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기.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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