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슈포럼>예산 - 미국의 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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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의회의 예산심의처럼'정치 바람'을 타는 일도 없다.

지난해'균형예산'을 놓고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가 맞붙은 끝에 의회 회기중 예산안 통과가 안돼 클린턴 행정부가 연방정부의 문을 닫는 극약 대응을 했던 것이 좋은 예다.

또 요즘 한창 논의중인 균형예산안의 핵심중 하나인 메디케어 축소 문제는 아주 예민한 정치 이슈다.노인들에 대한 의료복지 수혜폭을 줄이고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정적자를 줄이자는 골격이 정치 이슈화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예산 심의는 본질적으로'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의 예산 심의가 우리의 그것보다 돋보이는 이유는 예산 심의가 정치와 '절연'돼 있어서가 아니라 예산을 다루는 의회의'수준'이 우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의회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지,예산을 정치와 따로 떼어놓고 다루기 때문이 아니다.이의 근본적 바탕은'납세자 의식'이다.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TV토론중 절반 이상이 감세.복지지출등 재정의 세입.세출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은 지난해 클린턴과 도울의 토론에서도 보았던대로다.

세금을 얼마나 제대로 거두느냐를 넘어 걷힌 세금을 제대로 쓰느냐는 납세자들의'주인의식'이 미국 사회에선 매우 강하고 그같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정당.의원들도 예산의 집행.결산을 기준으로 정강정책에 대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납세자들의 가장 대표적인 감시.압력 단체가'정부 낭비를 감시하는 시민연합'(Citizens Against Government Waste)이다.전 하원의원인 윌리엄 클린저가 현재 회장이며 이사회 멤버로는'깨끗한 정치''돈 안드는 정치'의 기수인 존 메케인 상원의원등 현직 위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예산의 낭비 여부를 정책의 옳고 그름과 실효성을 기준으로 판단,나름대로의'워치 독'(Watch Dog)기능을 수행하는 이 단체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이른바'지역구용 예산''이익단체용 예산'을 어느 의원이 가장 많이 따갔느냐를 밝혀내 공표하는 일이다.

이같은 시민단체들의 감시.지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의 예산 심의가 돋보이는 것은 올해 초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가 미국 경제의 장래를 결정지을 균형예산안에 대한 초당적(超黨的) 합의를 이끌어냈고 현재 구체적인 감세안을 협의중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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