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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울진 原電 과연 안전한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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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가 지진활동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대두된 가운데 경북 월성원전 인근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고,최근 이 단층에서 강도높은 지진이 발생함으로써 지진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더구나 과기처.기상청등 지진당국이 진앙을 거듭 수정 발표하며 오락가락해 시민들의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과연 원전은 활성단층으로부터 안전한가,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월성.고리.울진등 원전이 몰린 경남북 경계 동해안 지방에 가까운 경주인근에서 지금까지 관측사상 최대규모인 4.3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원전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이번 지진은 그 진앙이 최근 지질학적 활성단층으로 확인된 입실단층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활성단층은 휴화산과 같이 살아 있는 단층으로 언제든지 대규모 지각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이미 건설한 월성.고리의 원전 5기나 가까운 시일내에 추가건설될 예정인 2~3기의 원전에 대해서는 내진설계 전면 변경이나 별도의 내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과기처는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원자력계의 입장을 적극 옹호,“국내 원전은 규모 7의 강진에도 견딜수 있게 지어졌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국내 원자력계는 그간 활성단층의 기준으로 최근 50만년이내 2회 이상의 단층활동 혹은 3만5천년내 1회 이상의 지층변위가 있었던 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계는 국제적으로 1백80만~2백50만년 이후에 1회 이상 활동한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보고 있다.일본의 경우 원자력계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의 경우 이 때문에 활성단층위에 원전을 짓지 않는 것은 물론 활성단층 5㎞ 반경 이내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 통례다.

국내의 경우 지층변위 위험이 있는 지역으로부터 8㎞ 이내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월성.고리지역의 기존 원전은 물론 2000년까지 추가로 건설에 들어갈 원전들도 이같은 인근 활성단층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진설계에 들어간 것이 당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원전이 지진규모 7에 견딜수 있다 하더라도 활성단층이나 그 주변처럼 지진이 잦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중급규모의 지진이 거듭될 경우 위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마치 가랑비에 옷젖고,잔매를 많이 맞은 권투선수가 다운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대 이기화(李基和)교수등 지질학자들은 한결같이“원자력계가 국내 지질의 특성이 미국과는 다른데도 미국 원자력계의 기준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원전 밀집지대를 중심으로 국내 활성단층 분포와 지질의 특성을 우선 조사해 우리실정에 맞는 기준을 만들고 이에 대한 지진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원전사업 주체인 한국전력은 현재의 월성등 원전은 전문가 소견을 바탕으로 건설돼 안전한 상태라는 반응이다.

한전 원자력사업단 토건기술부 정인수(鄭仁洙)부장은“당시 원전들은 해당부지가 비활성(지진)단층이라는 전문기관의 소견을 기준으로 건설했다”며“그러나 활성단층이라해도 강도 7까지 견디도록 설계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중구.김창엽 기자

<사진설명>

최근 지진의 진앙지로 확인된 입실단층으로부터 12㎞가량 떨어진 월성원전의 모습.국내 유일의 중수형 원자로로 지난 83년 건설당시에는 활성단층의 존재를 알지못한채 내진설계가 돼 문제가 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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