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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세 징수 갈팡질팡 - 관광여행 아니면 안내도 그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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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내도 그만인 출국세를 뭣하러 냅니까.징수담당 직원도 없고 납부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고….정부 발표를 믿고 자진해 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관광진흥개발기금(속칭 출국세)제도 시행 첫날인 1일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에서 호주로 떠나는 항공기 탑승수속을 밟던 권영범(權榮範.42.서울동작구사당동)씨는 출국자중 출국세를 납부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출국세 징수가 준비 부족과 제도 미비등으로 출발 첫날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데다 징수방법에 허점이 많고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관계당국이 홍보.징수준비를 소홀히 해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음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만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출국세는 관광목적으로 해외를 여행하는 13세이상 64세이하 내국인에게 1인당 1만원씩 부과하는 제도로 여행사 이용 관광객은 해당 여행사에,개인 관광객은 공항내 은행에 납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날 규정대로 출국세를 납부한 관광목적 여행객은 거의 없었다.관광객이라 하더라도 출국신고서에 관광 이외의 여행목적을 기재하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출국세 납부여부를 점검하는 상설기구나 근무자도 없었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출국세 징수근거인 관광진흥개발기금법에 출국세를 강제 부과.징수하거나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출국세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는 김포공항 출국장 입구에'관광진흥개발기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간판을 설치하고 관광공사와 함께 1백여명의 도우미를 동원,홍보하는게 출국세 징수 준비의 전부였다.이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H대생 洪모(21)씨는 출국신고서에 여행목적을 배낭여행 대신 어학연수로 바꿔 기재했고 일부 단체 여행객들은“관광이 아니라 친지 방문차 출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출국세를 내지 않았다.

실제 1일 오후5시 현재 출국세를 납부한 사람은 관광목적 출국자 8천여명 가운데 4백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문체부 임병수(林炳秀)관광국장은“당초 출국자 모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추진되다 국회의결을 거치면서 세금이 아닌 진흥기금으로 성격이 바뀌어 혼란이 일어난 것으로 관광진흥개발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국민들의 자율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사진설명>

해외관광 여행자를 대상으로 1만원씩의 출국세 징수가 시행된 1일 김포공항 출국장엔 안내문이 나붙었으나 제도가 미흡한데다 징수준비도 제대로 안돼 출국세를 안내고 나가는 여행객이 더 많았다.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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