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방선거 ‘무사고’ 미군 철수 속도 올려줄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라크 지방선거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큰 사고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선 미국의 지지를 받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 진영이 압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알말리키 총리가 2006년 5월 취임 이후 이라크 안정에 크게 기여했음을 평가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일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지방의회 의원 440명을 뽑는 이번 선거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라크 정부의 치안 능력 평가에 1차적 관심이 모아졌다. 미군의 직접 지원 없이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치러진 그동안 세 차례의 선거는 수니파의 불참과 무장 투쟁으로 극도의 혼란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3년여 만에 전국적으로 실시된 이번 선거에선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투표 당일 티크리트 지역 투표소 인근에 박격포 4발이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결국 이라크 당국의 치안 능력은 이번 선거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됐다.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은 선거가 치러진 14개 주 중 9개 주와 바그다드 동부 지역을 석권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다른 정당 관계자들도 알말리키 총리 진영의 승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첫 투표 결과는 3일 이후 발표된다. 이에 따라 알말리키 총리는 집권 후반기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승리가 확정되면 그는 올해 말로 예정된 총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이번 선거로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 440명은 주별로 주지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이라크 집권 여당의 선거 승리는 비교적 안정된 치안을 유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테러 등 폭력 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달 191명으로,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일 “이라크 지방선거가 평화롭게 치러진 만큼 미국은 이라크 사람들의 손에 더 많은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고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이라크 지방선거가 이라크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폭력이 급감한 상황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뿐 아니라 그들을 걱정하는 가족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 후 16개월 내(2010년 5월) 이라크 주둔 미 전투병을 철군하겠다는 공약과 관련, “다음 수퍼보울 경기(내년 초)가 열리기 전까지 상당수 돌아올 수 있겠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14만 명이 주둔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은 4236명에 달한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