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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우승한 흑인 감독 톰린은 풋볼의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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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버락 오바마가 정치에서 한 일을 풋볼에서 마이크 톰린이 했다.”

미국 언론은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끈 마이크 톰린(사진) 감독을 이렇게 칭송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백인들이 지배하던 곳에 혁명을 일으킨 젊은 소수인종이기 때문이다. 그는 1972년생으로 37세다.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쿼터백 커트 워너(38)보다 어리다. 톰린은 이번 우승으로 NFL 사상 최연소 수퍼보울 우승 감독이 됐다.

톰린은 ‘흑인들은 머리가 나빠 풋볼 감독은 못한다’는 편견도 깼다. ‘걸어다니는 풋볼 백과사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에게 머리가 나쁘다는 말을 할 사람은 없다. 톰린은 흑인으론 두 번째로 수퍼보울을 차지한 사령탑이 됐다. 농구 후보 선수였던 오바마처럼 톰린은 선수로서 별로 뛰어나지 않았다. 윌리엄&매리 대학에서 와이드 리시버로 뛰었으나 재능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NFL 대신 로스쿨에 갔다. 무명 대학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1년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코치로 NFL에 들어왔다.

당시 탬파베이의 감독은 토니 던지였다. 첫 흑인 수퍼보울 우승 감독으로,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나의 롤 모델”이라고 밝힌 사람이다. 던지 밑에서 그는 선수를 움직이게 하는 리더십을 배웠다고 한다. 피츠버그 선수들은 “톰린은 우리가 남자이고 프로선수인 것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했다.

운도 좋았다. 피츠버그 구단주 댄 루니는 감독을 뽑을 때 반드시 소수 인종도 후보로 올려야 한다는 ‘루니 룰’을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루니는 2007년 팀의 공격 코치를 맡고 있던 켄 위젠헌트(현 애리조나 감독)를 내치고 톰린을 뽑았다. 그리고 톰린은 이번 수퍼보울에서 위젠헌트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수퍼보울을 앞두고 톰린은 “흑인 대통령에게 우승 축하 전화를 받고 싶다”고 말했고 꿈을 이뤘다. 톰린은 “오바마는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 젊은이들이 부정적인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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