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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연주자들 음반 나온다 - EMI '데뷔'시리즈 이달초 출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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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계 음악계에서는 어린 나이로 유명 국제콩쿠르를 휩쓸거나 아니면 유대인 음악가 집단같은 든든한 배경이 있지 않고서는 메이저 레이블로 음반을 낸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형 아티스트들의 틈바구니에서 레코딩 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신예 연주자들.그렇지만 21세기 세계음악계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주목받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들에게 데뷔 기회가 주어졌다.음악의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이들 신예 아티스트들에게 데뷔 음반을 제작해주는'데뷔'시리즈가 EMI레이블로 이달초 국내 출시된다.

8천원대 중저가 음반으로 첫선을 보이는'데뷔'시리즈의 1차분은 ▶콘스탄틴 세르바코프(피아노)=막스 레거.도흐나니 등이 편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빈 왈츠▶토마스 아데스(작곡)='라이프 스토리'▶넬슨 괴르너(피아노)=쇼팽의 피아노 작품▶브린디시 4중주단=모차르트'클라리넷 5중주''플루트 4중주 제1번'▶제임스 크렙.게르 그록스볼(아코디언 듀오)=스트라빈스키.무소르그스키의 작품▶레베카 에반스(소프라노)=로시니.벨리니.베르디 등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케임브리지 클레어 칼리지 합창단=팔레스트리나의 미사곡과 모테트▶리처드 에가르(하프시코드)=바흐의 건반음악▶런던 어드벤티스트 합창단=흑인영가와 가스펠송 등 9장.1차분에 이어 앞으로 매년 10장씩 출시될 계획이다.

이 시리즈에는 중세음악에서 신예 작곡가의 최신작에 이르는 넓은 레퍼토리,아코디언 듀오나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의 피아노 편곡등 이색적인 악기 편성이 포함돼 있다.따라서 앞으로도 현대인의 다양한 음악 취향에 맞는 음악 장르와 경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데뷔'시리즈는 국내시장보다 두달 앞서 발매된 유럽시장에서 다양한 레퍼토리와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들을 파고 드는데 성공,불황에 직면한 국내 클래식 음반업계에서도 이 시리즈의 성패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현재 세계 클래식 음반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폴리그램 클래식을 비롯한 메이저 음반사들이 최근 제작비가 비싼 새 음반 녹음을 기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유명 지휘자.연주자들의 음반은 비싼 개런티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그나마 짭짤한 재미를 안겨주던 CD 재발매와 편집앨범도 한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클래식 음반시장의 앞을 가로막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폴리그램 클래식이 최근 레코딩 회수를 줄이는 등 감량 경영으로 불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데 반해 EMI클래식은 불황일수록 투자를 늘리는 정공법(正攻法)을 택했다.음반시장이 어렵다고 21세기 음악계를 이끌고 갈 신인 연주자 발굴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이 어린 연주자를'신동'으로 내세워 혹사하는 것은 아니다.지금까지 메이저 음반사들은 음반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10대 연주자들을 무대로,TV카메라 앞으로 내몰기를 서슴지 않았지만'데뷔'시리즈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는 장기적인 포석.그래서 음반사도 연주자도 음반 판매고에 대해선 느긋한 표정들이다.

'데뷔'시리즈는 창설 1백주년이라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EMI가'화려했던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클래식 음반시장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또 중저가 음반으로 급상승중인 신예 레이블 낙소스의 추격을 따돌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EMI'데뷔'시리즈로 첫 음반을 내놓는 소프라노 레베카 에반스.하프시코드 연주자 리처드 에가르.작곡가 토머스 아데스(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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