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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민의료보험 도입 20돌 현실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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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늘로 의료보험이 시작된지 꼭 20년째.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내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병원문턱을 낮추는데는 기여했지만 의료서비스의 질(質)은 아직도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의료보험도입 20주년을 맞이해 환자와 의사,모두 만족못하고 있는 현행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들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마다 건강을 위해 지불하는 돈은 20조원.국민총생산의 6%에 달해 국방비를 능가하는 규모다.

이중 병.의원에서 치료받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7조6천억원.나머지 돈은 병원왕래에 드는 교통비와 3시간대기 3분진료에 따른 시간손실,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의 자가구입에 따른 간접비용 부담에 모두 충당된다.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이 못지 않게 큰 문제가 의사들의 과잉 진료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컴퓨터단층촬영(CT)등 고가 의료장비의 도입현황은 단위인구로 본 보급대수에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70%를 넘는 항생제 내성균 출현율이나 28%나 되는 제왕절개 수술비율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K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은 金모(34.서울신당동)씨는 3백여만원에 달하는 진료비 청구서를 받고 놀랐다.CT와 MRI가 불필요하게 중복촬영됐고 보험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레이저 시술을 권유받았기 때문이다.

의료보험대상에서 제외되는 비급여대상이 많은 것도 문제다.병에 걸리면 갖가지 명목으로 낼 돈은 다 내야하기 때문에 의료보험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셈.S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姜모(52.여.마산시신포동)씨도 통상적인 치료비 2백여만원보다 2배나 많은 4백만원을 내야 했다.빨리 입원하기 위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1인실에 덜컥 입원한데다 식대와 특진료가 붙어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이다.

종합병원이 붐비는 현상은 환자 탓만이 아니다.

현행 의료보험에서 초진 진료비는 불과 6천원.감기처럼 가벼운 질환도 수천원의 특진료만 덧붙이면 종합병원 외래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반면 정작 보험의 혜택이 필요한 중병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절반을 넘어 허덕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종합병원 응급실이 터져나가고 병실이 항상 만원인 것도 결국 질병의 경중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지정된 현행 의료보험의 문제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의사들도 저수가로는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산부인과 개원의 金모(46.서울강남구)씨는“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의보수가 인상때마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현행 분만비 3만4천원으론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원칙대로 하면 병원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수가는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궁극적인 피해는 환자에게 온다.

저수가로 분류돼 의료인들이 진료를 회피하지만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대표적인 것이 미숙아를 위한 신생아 집중감시장치.전국 병원에 있는 신생아 집중감시장치는 모두 5백45대.그러나 실제 가동중인 것은 36%인 1백96대에 불과하다.기계 한대를 가동하는데 드는 원가가 8천8백원인 반면 의료보험에서 지원받는 돈은 4천5백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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