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파트 지하공간에 도서실 마련 - 서울 상도동 대림아파트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아파트생활이 삭막하다니요.이웃끼리 가족처럼 지내기에 아파트만큼 적당한 주거환경이 또 어디 있다구요.” 한 아파트에 사는 아버지들이 힘을 모아 아파트 지하공간에 도서실을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서울동작구상도동 대림아파트 103동 지하실 한켠에 마련된'아버지 도서실'.서울상도여중 이창국(39)교사를 비롯 이 아파트주민인 초.중등 교사 7명이 힘을 합쳐 만든 '무료 도서대여점'이다.

이들이 아이들을 위한 도서실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 3월말 4천2백년만에 지구를 찾아온 헤일-봅 혜성.과학교사인 이씨가 아파트 옥상에 혜성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을 설치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온 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어울리게된 것.직업도 비슷하고 대부분 고만고만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들은 그 후에도 술자리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책 읽는 속도에 맞춰 책을 사대기가 벅차다는'행복한'고민을 나누게 됐다.

이들은'공동 도서실을 만들어 책을 돌려보자'고 의기투합,아파트 지하공간에 도서실을 꾸미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다.지하실 한구석에 5평 남짓한 공간을 만들어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재를 까는 일은 아파트 관리소측에서 흔쾌히 맡아줬다.엘리베이터앞 게시판에'도서수집'안내문을 붙이자 주민들이 기증한 책이 한달만에 5백권을 넘어섰고 여기저기에서 쓰다 버린 책장.책상.컴퓨터를 들여놓으니 손색없는 도서실이 됐다.

지난 23일 문을 연 이 도서실의 대출시간은 이들이 퇴근한 후인 매일 오후 7시부터 1시간동안.7명의 교사가 일주일에 하루씩 돌아가며 대출업무를 맡고 있다.매주 화요일 대출업무를 맡은 서울상도중 김성옥(39)교사는“책을 골라주면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이웃아이들과도 가까워지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사진설명>

퇴근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책대여업무를 맡고 있는 아버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도서실 운영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주기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