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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재무구조 개선방안과 발표 -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정부가 30일 발표한 기업재무구조 개선방안은 기업에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이번 방안의 골자는 기업으로 하여금 보유 자산을 팔아 빚을 갚도록 유도하고,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세금이나 과징금을 무겁게 물리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구노력을 통해 빚을 줄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금융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채찍에다 당근도 구색으로 갖춘셈이다.

이번 방안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했지만 이미 정부와 협의를 마친 사실상의 정부안이다.

이렇게 되면 빚많은 기업이 도태되고,재무상태가 건강한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대마불사(大馬不死)'를 믿고 마구잡이로 빚을 내 경영을 확장하는 무모한 기업가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정부는 합병차익에 대해 과세를 연기하거나 부동산을 매각할 때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특별부가세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대표적인'당근'으로 꼽고 있다.이부문은 기업들이 통상산업부를 통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이다.그러나 합병이 흔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부동산 경기침체로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기업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이에 비해 정부가'채찍'으로 내건 정책은 효과가 직접적이고,강력해 그렇지 않아도 비틀거리는 기업들이 과연 감당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대표적인'강수(强手)'로는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2000년3월까지 완전 해소하라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30대 그룹은 2000년4월1일부터는 산업합리화등에 필요한 채무보증을 제외하고는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지난해 김인호(金仁浩)당시 공정거래위원장(현 경제수석)이 줄기차게 밀어붙였으나,한승수(韓昇洙)당시 경제부총리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며 반대,유보돼온 정책이다.

당시는 2001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이번에 2000년4월1일로 오히려 1년이 앞당겨졌다.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金수석과 강경식(姜慶植)부총리,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이 별다른 이견없이 합의한 것으로전해졌다.

이에 따라 30대 그룹은 앞으로 3년이 채 안남은 기간에 무려 35조원의 채무보증을 없애야 하는데 계열사간 보증이 관행화되다시피한 우리기업 현실을 감안할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조치라는 평가다.

정부는 또 그룹이 특정 은행 자기자본의 40~50%이상의 돈을 빌리지 못하도록한 동일계열 여신한도제도를 시행한다.현재 60%이상인 그룹이 31개며,80%이상인 곳도 15개에 달해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아무튼 유보됐던 정책을 정부가 뒤늦게 다시 들고 나선 것은 한보.진로등을 통해 상호지급보증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과 앞으로의 국회심의과정을 감안할때, 과연 정부안이 실현될지 의문이다. 특히 대기업 부도가능성이 아직도 잠복해 있을뿐 아니라 정부자신이 부도충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지적들이 많다. 고현곤 기자

<사진설명>

정부의 기업 재무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여론수렴을 위해 30일 오후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대체로 기업의 차입의존 경영을 개선해야하나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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