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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땅으로 거침없이 進軍 - 인민해방軍 본진 홍콩접수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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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빛처럼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인민해방군은 홍콩으로 들어섰다.홍콩 주룽(九龍)반도 북단 샤토콕.희뿌연 새벽 빛이 채 가시기도 전인 7월1일 오전5시50분.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벌판 너머 나타나자마자 선두차량은 어느새 샤토콕 검문소에도착했다.본진 4천여명중 군용차량 28대에 분승한 병력 2백여명이 홍콩에 진주하는 순간이다.선두그룹이 경비원에게 서류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곧이어 힘찬 구호와 함께 주고 받는 경례.초소의 차단기가 올라가면서 선두차량이 홍콩 경계선을 넘었다.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그러나 중국의 홍콩 접수가 갖는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다는듯 문을 열어주는 홍콩경비병도,이 곳을 통과하는 인민해방군도 모두 석고처럼 굳은 모습들이었다.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은 각국에서 몰려든 보도진뿐.모든 것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다.2백여명의 병력이 샤토콕을 빠져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남짓.같은 시간 샤토콕에서 서쪽으로 20여㎞ 떨어진 국경도시 만캄토.갑자기 하늘에서 요란한 굉음이 쏟아졌다.인민해방군 헬기가 거침없이 홍콩 영공으로 짓쳐들고 있었다.만캄토 검문소를 지키는 경비병도,보도진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달려온 1백74대의 군용차에는 질서정연하게 군인들이 탑승해 있었다.이들의 특징은 포커페이스.잡담하는 군인도,한눈 파는 군인도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사회주의 중국의 엄격함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시끄러웠던 곳은 최서단(最西端) 록마차우.장갑차등 2백15대 군용차량에 탑승한 본진중 주력부대가 진입하는 길목답게 캐터필러.엔진소음으로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불과 30여분만에 인민해방군이 빠져나간 자리에 허탈하게 선 한 홍콩 주민은“멋있다.그러나 허전하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30일 오후9시 록마차우를 통해 진주한 인민해방군들은 본진보다 훨씬 침착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이들은 비록 소총이지만 '무장한 최초의 주둔군'이었다.이들은 중국이 사실상 홍콩을 접수했음을 공식 선포한 첫 신호탄인 셈이다.

선발대의 진주가 주권반환 3시간전인 30일 오후9시에 이뤄진 것도 이같은 중국정부의 상징부여가 얼마나 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영국군이 7월1일 오전3시에 철수하겠다고 하자“그렇다면 우리도 3시간 먼저 진주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결국 선발대는 상징적으로,본진은 실질적으로 홍콩을 접수한 셈이다. 중국.홍콩접경지대=유상철 특파원.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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