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살해·암매장 태연히 재연 … “죄송합니다” 한마디 던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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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이 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자안리 39번 국도 인근 현장검증에서 군포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채근에 “죄송합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입을 굳게 닫았다.

현장검증은 배씨와 노래방 도우미 박모(2006년 12월 24일 살해, 당시 36세)씨, 회사원 박모(2007년 1월 3일 살해, 당시 52세)씨의 사건 현장인 군포·수원·화성을 돌며 진행됐다. 강은 피해자들을 유인→살해→암매장하는 장면을 오후 6시까지 태연하게 재연했다.

강은 화성시 비봉면의 39번 국도 상행선 갓길에서 검은색 무쏘를 세우고 조수석 의자를 눕힌 뒤 배씨를 넥타이로 목 졸라 살해하던 장면, 곡괭이로 땅을 파고 갓길 주변에 매장하는 장면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재연에 사용된 마네킹은 양손이 뒤에서 스타킹으로 묶인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강호순이 스타킹으로 손을 묶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배씨 외에도 1∼2명 정도를 이런 방식으로 살해했다”며 “넥타이는 증거 인멸을 위해 (강호순이) 가져 갔다”고 설명했다. 화성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회사원 박씨에게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고 행선지를 묻고 차량에 태우는 장면을 지켜보던 박씨의 딸은 “우리 엄마를 돌려주세요”라며 울부짖다 실신했다.

검증 현장엔 수십 명의 마을 주민이 나와 “얼굴을 보여라. 모자를 벗겨라. 개만도 못한 X” 등의 고함을 지르며 분노했다. 하지만 경찰은 “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정찬순(56·여)씨는 “도대체 왜 모자를 씌우냐. 인권위는 그런 권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살해된 배씨의 먼 친척이라는 정모(46)씨는 “얼굴 공개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박씨와 한동네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던 유모(54·여)씨는 “살려고 애쓰던 착한 여자가 당했다. 내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범인 얼굴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저 혼자라면 죗값을 받아야겠지만 남은 자식들은 어떡하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경찰은 2007년 1월 6일과 7일, 2008년 11월 9일 각각 납치·살해된 노래방 도우미 김모(당시 37세)씨와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 주부 김모(당시 48세)씨 등 3명의 현장검증을 2일 실시한 뒤 3일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화성=이진주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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