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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서남부 강력범죄 왜 꼬리 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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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원·안양·화성·군포·안산 등 경기 서남부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지역에선 지난 3년간 강호순(38)의 연쇄살인 외에 안양 초등생 유괴 살인(2008년 3월), 안산역 30대 여성 토막 살인(2007년 11월), 수원 부부 살인(2007년 11월) 등 20여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부녀자 17명이 숨졌다. 5대 강력 사건(살인·강도·성폭행·폭력·절도)은 매년 6만여 건씩 발생하고 있다. 강호순도 수원·화성·군포·안양·안산을 무대로 부녀자를 납치·살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대 이수정(47·여·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기도 서남부는 지역이 넓은데도 경찰력은 상대적으로 적어 강력사건이 일어나기 쉽다”며 “서울·인천·충남으로 연결되는 도로망도 잘 발달돼 범행 후 범인의 도주가 용이하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인구 급증에 치안은 부실=경기 서남부에는 199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이 잇따랐다. 이 탓에 5개 도시의 상주 인구는 현재 300여만 명으로 급증했지만 치안력은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역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 수는 421명인 데 비해 안양 979명, 수원 863명, 안산 844명, 군포 796명, 화성 772명으로 치안환경이 부실하다.

경기도 전체의 경찰력은 1만5000여 명으로 서울의 2만4000여 명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관할하는 지역은 서울의 17배에 달한다. 화성시만 해도 서울시 면적의 1.5배나 된다.

◆도시와 농촌의 공존=강호순은 도시에서 희생자들을 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장소에 끌고가 살해한 뒤 야산이나 하천에 파묻었다. 신도시 개발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면서 개발되지 않은 곳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비교적 잘 발달된 도로망은 범인의 도주로로 활용된다. 범죄를 저지른 뒤 야산이나 논·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은 지난해 12월 19일 살해한 여대생 안모(당시 21세)씨를 군포시에서 납치해, 안산시에서 살해하고, 화성시에서 암매장했다. 2007년 12월 인천 강화에서 발생한 총기 탈취 사건의 범인도 범행 이후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음성 고속도로, 국도를 이용해 화성으로 들어가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불태워 증거를 없앴다.

경기도와 경기경찰청은 올해 130억원을 들여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1000대를 주요 길목과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수원 115대, 안산 65대, 안양 50대, 화성 30대 등이다. 경기경찰청은 치안 강화를 위해 경찰 6800여 명의 증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군포,“이름 빼 달라”=군포시는 시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군포 여대생 안씨 살해사건의) 범인(강호순)이 안산에 거주하고 범행지역이 안산·수원·군포 등 경기 서남부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군포 살해범’으로 보도하고 있어 시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경기 서남부 연쇄살해범’으로 써달라고 요구했다.

군포에 사는 직장인 송지영(26·여)씨는 “강호순 사건 이후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가 ‘제2의 화성’으로 각인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군포시 당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신경희(51)씨는 "길 가다 승용차가 옆에 서면 소름이 끼친다”며 "군포역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집까지도 절대 걷지 않고 택시를 탄다”고 말했다.

이경환 군포시의회 의장은 “경기경찰청의 2008년도 상반기 치안종합평가 보고회에서 1위를 차지한 도시(군포)가 (강호순의) 살인 사건으로 ‘위험한 도시’로 인식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군포=정영진·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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