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만석·화수 포구 리모델링 “인천의 돈줄 옛 영화 다시 한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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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만선(滿船)의 젖새우·밴댕이잡이 배들이 갈매기 떼를 이끌고 드나들던 곳. 포구머리의 술집·밥집들에는 뱃사람들의 젓가락 장단이 흥겹던 그곳.

북성·만석·화수부두 등 인천의 전통적 포구들이 새 단장을 하고 옛 영화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인천해양항만청이 2006년 시작한 현대식 어항으로의 리모델링 작업이 이달 초 끝나는 것이 계기다.

인천항 북쪽 해안에 위치한 이들 포구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천 연근해 어업의 기지 역할을 했다. 철따라 바뀌는 조기·젖새우·밴댕이·광어잡이 어선은 물론 여객선·낚싯배들이 포구를 가득 메웠다.

포구에는 생선장수 아주머니들이 북적대고 영종도 등 근거리 여객선 승객까지 몰려 술집·밥집들이 호황을 누렸다. 이른 봄이면 풍어제가 열려 만선과 한 해 뱃길의 안녕을 기원했다. 공단을 제외하고는 가장 풍성한 ‘인천의 돈줄’로 불리던 곳이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인천항 남쪽 바닷가에 연안부두가 개발되면서 이들 포구는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선과 낚싯배, 여객선들이 연안부두로 근거지를 옮겨가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뜸해졌다. 포구의 가게들도 하나 둘 주물공장·철공소 등으로 바뀌어 부두 터도 쪼그라들고 풍경도 옛날 같지 않아졌다.

인천해양항만청은 2006년 10월 89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들 포구의 어항 기능 되살리기에 착수했다. 북성포구의 물량장은 폭 3m에서 20m로 넓어졌고 부두 길이는 150m로 늘어났다. 밀물·썰물 때도 어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잔교시설도 보강됐다.

만석부두도 135m의 물량장이 새로 축조되고 화수부두는 455m의 기존 부두에 70m를 더 축조해 어선 접안 능력을 높였다. 손바닥만 한 부두에 횟집 1∼2개만 남아 명맥을 이어오던 이들 포구는 겉보기에도 시원하게 바뀌었다.

만석부두와 화수부두에서 30여 년째 횟집을 열고 있는 이관국(57)씨는 “새 단장을 한 포구에 예전처럼 펄펄 뛰는 생선과 시민들의 발길이 몰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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