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T] 후발업체의 성장 엔진은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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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연초에 한국을 오가며 ‘미네르바’ 열풍을 전해 들었다. 새해 벽두부터 미네르바의 구속을 놓고 온·오프 라인에서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정치권 여야는 물론 언론과 일반 국민까지 가세해 갈등의 골을 키웠다.

미네르바가 맞느냐는 진위 논란이 진행 중이지만 구속된 미네르바가 전문대를 나온 30대 초반의 무직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무명의 독학생이 ‘인터넷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으며 많은 국민에게 어필하는 것이 어찌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보통사람이 짧은 기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 건 다름 아닌 인터넷 덕분이었다. 인터넷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동등한 조건 아래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개인은 물론 기업에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설령 정도를 벗어난 익명의 ‘경제 논객’이라 할지라도.

우리 회사 고객 중 인포시스(Infosys)라는 인도 정보기술(IT) 업체가 그런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중국·호주·체코·폴란드·영국·캐나다·일본 등지에 50여 개 지사와 1만여 명 직원을 둔 글로벌 기업이다.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돕기 위해 인터넷을 근간으로 한 양질의 소프트웨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명성을 얻었다.

인터넷은 후발 업체에 선두를 추격할 엔진을 제공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 경제지 포춘이 꼽는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에 새로 오른 기업이 20여 곳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무려 62개사가 리스트에 올랐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연륜이 길지 않았다. 시장과 업계의 판도가 이처럼 급격히 요동친 건 후발 주자에게 추격 기회를 제공하는 인터넷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레노버·하이얼·란박시 등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지역 기업들이 선전하는 건 인터넷을 기반으로 지식과 노하우·리소스 공유를 좀 더 쉽게 해 해외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가능해진 덕분일 것이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신흥 국가의 경제규모가 머지 않아 선진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이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 다음의 2위 국가가 되고 인도는 일본 다음으로 4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점하는 비중은 2007년 13위에서 2050년에는 15위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이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뒤처지면 말이 안 된다. 평범한 인터넷 논객이 한국의 경제 여론을 쥐락펴락한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인터넷 스타 기업들이 속속 출현해 세계 시장에서 활개 쳐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 사회가 인터넷의 정신을 살려 좀 더 젊어지고 개방적이 돼야 한다. 우선 인터넷의 발전 속도에 맞춰 낡은 관행과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하자. 아울러 인터넷으로 세계와 소통할 인재를 길러야 한다.

강성욱 시스코시스템즈 아시아지역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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