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항공기업체 편가르기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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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 항공기 제조업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민항기 시장에서 보잉과 에어버스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군용항공기 부문에서도 미 주력전투기(JSF)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경쟁이 뜨겁다.최근에는 미국과 유럽,대륙간 합병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종연횡(合縱連衡)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경쟁에 불을 지핀 것은 미 보잉사.보잉은 지난해 12월 맥도널 더글러스(MD)와의 합병을 발표했다.매입가격은 1백33억달러(약 11조8천억원),항공우주업계 사상 최대규모다.

보잉과 MD의 합병은 항공기 제조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이미 민항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잉과 전통적으로 군용기 시장에서 강세를 모여온 MD의 결합은 민항기.군용기 부문 모두에서 경쟁회사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가장 위기를 느끼는 곳은 민항기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의 에어버스사.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의 컨소시엄인 에어버스는 올해 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공고한 형태의 단일기업으로 체제를 바꾸겠다고 발표,보잉과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에어버스에 측면지원을 하고 나섰다.EU는 보잉과 MD의 합병이 EU의 독점금지기준에 위배된다며 합병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보잉이 미국 주요항공사들과 잇따라 자사 항공기의 대량.장기 독점공급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 EU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보잉의 독점공급계약등에 대해 수차례 경고한 EU는 다음달 4일 이 문제를 재검토하고 다음달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1차 발주규모만 1천억달러(약89조원)에 이르는 JSF 사업자선정이 4년 앞으로 다가온 군용기시장에서는 보잉.MD의 도전에,선두주자인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 수성(守城)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방위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 록히드 마틴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을 겪고 있는 에어버스와 협력을 논의중이다.

협의가 이뤄질 경우 록히드는 에어버스에 항공기 부품을 장기납품하게 되고,에어버스는 록히드와 함께 군용기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양측의 협력은 이미 1년전부터 시작됐으나 보잉.MD 합병발표로 논의가 급속히 활발해졌다.

록히드는 또 지난 19일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와 손을 잡고 JSF사업에 함께 참여키로 결정했다.

이미 영국의 항공기 엔진제조업체 롤스로이스와 미국 군용기업체 노스럽 그러먼이 참여하고 있는 록히드 진영간 BAe가 가세함에 따라 JSF수주를 둘러싼 양 진영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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